작년과 유사한데 너무 체중이 빠져 근손실이 우려된다네요(D-209)
종합검진을 마친 후 4주 뒤에 결과 확인을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2008년 현재의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기 시작한 후, 올해로 벌써 17년째 같은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검진센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는 분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네요.
언제나 결과 확인은 두렵네요
결과 확인을 하러 갈 때면 이번에는 좀 나아지는 것은 없는지 하는 기대와,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고 유지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곤 합니다. 하지만 매년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가면 갈수록 병명이 하나씩 추가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결과는 최소한 작년보다 더 나빠진 것은 없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은 되네요.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이 '청력 저하'입니다. 제 기억에는 4년 전부터 오른쪽 귀의 고음역대가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양쪽 모두 청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하네요. 노화로 인한 변화라 특별히 조치할 것은 없고 추적검사하라고 합니다. 얼마 전 만났던 입사 동기도 귀에 보청기를 헸던데 저도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좀 난감하기는 하네요.
두 번째는 만성위염인데 이 또한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입니다. '장상피화생'이라고 오랫동안의 자극으로 인해 위 점막의 상피세포가 손상이 되면서 소장의 점막세포와 같이 변하게 된 것을 말합니다. 심해지면 위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하네요. 사실 이것 때문에 매년 위 내시경을 받고 있는데 이건 비가역적이라 나아지지는 않으니, 잘 관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결국 금주와 저염식을 해야 된다는 것인데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빼앗아가고 있네요.
세 번째는 대장용종의 발견입니다. 이번에도 두 개의 용정을 떼어서 보니 모두 선종이라고 합니다. 향후 대장암으로 발전될 수 있으나, 이번에 내시경으로 떼어냈으니 완치는 된 것이라고 하네요. 이것도 주의 사항이라 2~3년 내 다시 검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선종은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용종을 말하는데, 대장암의 약 80% 이상이 선종으로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대장암의 씨앗'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선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의 발병 빈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하네요.
네 번째는 오랫동안 단골이라 무료(?)로 검사해 준 '동맥경화도 검사'입니다. 그래도 이번 결과는 몇 년 전에 받았을 때보다는 좋아졌습니다. 지난번에는 혈관나이가 70대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60대이네요. 약 1년 사이에 체중을 10kg 줄이고, 혈당 관리를 위해 음식조절과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그 외의 항목은 다 정상소견이라고 나왔네요. 작년에는 종합소견이 1페이지가 넘었는데, 이번에는 반페이지로 줄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게 한 가지 있네요
그중에서 매번 걱정하는 당뇨병으로부터는 많이 멀어졌다는 소견은 기쁩니다. 보통 HbA1C(당화혈색소)의 수치가 5.6% 이상이면 전당뇨상태라고 합니다. 작년의 경우 종합검진에서 5.7, 개인병원을 통해 추가 검사한 결과에서도 5.8이 나왔기 때문에 전당뇨 판정을 받았었지요. 그런데 올해는 5.4로 정상범위 내로 들어왔으니 기분이 좋더군요. 하지만 상담의사분은 너무 체중이 감소하면서, 이번에는 근감소증이 우려된다고 합니다. 당뇨 걱정보다는 체중을 정상치까지 늘리면서 근력운동도 병행하라고 합니다. 무엇이든지 과하면 문제가 되는 모양이네요. 그래서 당분간은 연속혈당기 착용을 중단하고, 운동을 하면서 체중을 늘리는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 계획입니다.
감사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다시 프런트에 가서 9월에 있을 아내의 종합검진에 대해 확인을 하고 나오는데, 접수하시는 분께서 저희보고 앞으로도 계속 기존 같은 수준의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합니다. 사실 올해가 제가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회사지원 검진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저희 병원에서 검진을 받으셨으니, 정년퇴직 후에도 동일한 비용과 항목으로 검사를 받으실 수 있도록 지원해 주겠다는 제안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부터 '일반 수준의 검진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제안을 해주니 정말 고마웠습니다. 정년퇴직이 가까워지고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일종의 혜택이라는 것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느낌이었는데...
모처럼 오늘은 뭔가 하나를 더 얻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검진 결과 설명을 듣고 나오면, 희한하게 출출해집니다. 아내와 병원을 나서면서 덥기도 하니, 중심상가에 있는 '설빙'에서 시원한 빙수를 먹기로 했습니다. 마침 가까운 곳에 딸 내 집이 있어 전화를 해서 설빙으로 오겠냐고 하니, 만삭으로 뽈록 튀어나온 배를 감싸 앉고 손쌀같이 나오네요. 시원하고 달달한 인절미+망고 빙수를 한 숟가락 입에 넣으니, 불편했던 마음도 스르륵 녹는 것 같습니다.
건강은 젊고 건강할 때부터 챙겨야 한다는 말은 늘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회사 일로 바쁘고 업무 상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몸을 너무 함부로 다루지 않았나 하는 후회를 합니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지만 최대한 늦추어질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의 시간을 가져 봅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