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스마트 할부지 7
오늘은 사위의 생일이라 장어집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모두 장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딸애 몸보신을 겸해서 정한 곳이지요. 작년 딸아이 생일에도 갔던 곳인데 집에서 멀지도 않고, 무엇보다 깨끗하고 깔끔한 인테리어 그리고 신선한 쌈과 기타 반찬을 부담 없이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어도 크고 튼실해서 한 입에 넣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아! 주차하기에 부담이 적은 것도 좋은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임신 8주에 들어서면서 딸아이의 입덧이 다시 심해졌습니다.
지난번 먹었던 입덧약이 효과가 없는지 계속 속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다고 하며 무척 힘들어합니다. 잠자기 전에 약을 먹으면 두통과 함께 구역감을 느껴져 누워서 잘 수도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소파에 기대어서 밤을 지새우고, 겨우 새벽쯤 잠자는 것을 반복하였다고 하네요.
전해만 들은 이야기라 얼마나 심한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하루는 퇴근하는데 딸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움직이기 힘들어서 차를 태워달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근처라서 바로 딸아이 회사 앞으로 가서 차에 태웠습니다. 타는데 안색도 안 좋고 무척 피곤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 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가지고 있더군요. 혹시 모를 구토를 대비하여 가지고 다니는 모양입니다. 손으로 움켜잡고 있는 것을 보니 당장이라고 구토를 할 것 같습니다.
차에 태워 딸네 집으로 가는 10분 내내 창문을 열고 밖의 찬 공기를 마시고 있습니다. 동시에 검정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구토를 참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 합니다.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주차를 하고도 구역질을 참느라, 한참을 차에 앉아 진정을 시키는 것 같습니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집으로 올라가는 아이의 뒷모습 보니 마음이 무겁네요.
집에 와 아내와 저녁을 먹으면서 딸아이 상태에 대해 걱정을 했습니다. 계속 구토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내일이라도 아내가 딸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내일 아침 상태를 보고 결정을 해야겠지만요.
다행히 전날 저녁에 먹은 약 때문인지 구역감이 다소 나아져, 초저녁부터 잠들어 아침까지 푹 잔 모양입니다. 아침에 깨서 보니 구역감이 여전히 있어 속이 메슥거리거나 울렁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음식을 먹거나 움직이는 데는 큰 지장은 없다고 하네요.
보통 임신 8~12주 때 호르몬이 아주 활발하게 변하면서, 매스꺼움이나 구토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특히 입덧이 심할 때면 냄새에도 예민해져서,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도 못 먹는다고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딸아이도 냉장고 냄새(?) 때문에 냉장고 문을 여는 것조차 싫다고 하네요. 덕분에 사위는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던가, 아니면 사다 먹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보니 임신 12~16주가 지나면서 입덧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니, 아직 한 달 정도는 더 있어야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
드디어 일요일 오전이 되었습니다.
딸아이로부터 카톡이 왔네요. 오늘은 "장어를 먹을 수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카톡을 받자마자 바로 출발해서, 11시 30분에 오픈하는 장어집에 좀 일찍 도착하였습니다.
기온도 적당하고 날씨도 화창해서 기분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저와 아내, 딸 내외와 아들까지 총 5명이 모처럼 장어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딸아이도 배부르게 먹었다고 하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사실 사위 생일인데 '주객이 전도'되어, 딸에게만 집중한 것 같아 미안하네요).
입덧이 심할 경우 임산부와 태아에게 모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임신이 시작되면서부터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하나도 쉽고 편한 일은 없는 것 같네요.
산모나 태아나, 지켜보는 모든 사람이...
※ 내용은 딸아이의 임신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으나, 일부 의학 관련 사항은 인터넷을 참고하였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