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사람들의 흔적이 남는다.
신용카드, 텀블러, 겉옷, 심지어 어버이날 선물로 만든 손때 묻은 공예품까지. 때로는 이 작은 가게가 단순히 아이스크림 파는 곳이 아닌, 삶이 스쳐가는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는 별을 꿈꾸는 한 천문학도가 이곳에 다녀갔다. 급하게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는, 두툼한 전공 서적을 가게에 두고 갔다.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무인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누가 언제 놓고 간 물건인지 알기가 어렵다.
아이의 꿈이 담긴 이 소중한 책을 어떻게 돌려줘야 할까 깊은 고민에 빠진다.
어릴 적 나도 우주와 별에 관심이 많았다. 생명체가 사는 지구가 아닌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나는 상상, 우주여행을 하는 공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래서일까? 전공서적을 두고 간 이름 모를 천문학도에게 괜스레 정이 간다.
이 책의 주인이 언젠가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는 멋진 학자가 되기를, 그리고 이 책이 다시 그에게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분실물 중 가장 당황스러운 건 단연 신용/체크카드다. 키오스크에 카드를 꽂아둔 채 떠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가게를 청소하러 갈 때면, 거의 매번 카드 한두 장이 눈에 띈다. 잃어버린 줄 모르고 정지시키는 경우가 많은 듯하여,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카드들이 쌓여간다.
고의적으로 그런 일은 발생한 적이 없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남이 놓고 간 카드를 사용할까 노심초사하던 차에 경호원을 한 명 고용했다.
바로 "헬로키티 경호원"
사실 이 키티는 꼬마 손님이 뜯어놓고 간 키링이었는데, 버리기는 아까워서 경호원으로 고용하게 되었다.
심리학에서 말하길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도난율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겸사겸사 헬로키티를 우리 가게 공식 경호원으로 임명하게 되었다.
키티가 늠름해서일까? 사람들이 키티 옆에 분실물을 놓고 가기 시작했다.
어제는 천 원 지폐와 신용카드가 놓여있었는데, 오늘은 또 어떤 물건이 키티 곁에 놓여 있을까?
무인 가게에는 늘 분실물이 있다.
과자 진열대 사이에 끼어 있는 라면(?), 카운터 위에 덩그러니 놓인 텀블러 등..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물건들이다. 그래서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주인이 찾을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올려놓고, 직접 찾아가기를 기다린다.
분실물을 보관하며 주인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뜻밖의 결과물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혹시 무인 가게에 자주 들른다면, 지갑이나 카드를 놓고 오지 않았는지 한 번쯤 확인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