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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n 30. 2024

온리원의 교육프로그램

    입원한 경도는 엄마보고 교과서를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경도 엄마는 온리원 노트패드를 가져다줬다. 온리원은 함께 판매하는 노트패드로 교육영상을 보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경도 엄마가 이걸 살 때는 누나 소현의 사회 성적이 너무 낮으니 이걸로 사회 공부를 시키겠다는 야심 찬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조금 게으르고, 무적으로 늑장 부리는 누나 소현은 하루 중 어느 때도 온리원 교육프로그램을 볼만한 시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미 수학 학원에, 영어 학원에, 과학 학원에 잡혀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저녁시간이고, 저녁을 먹고 숨 좀 쉬고, 샤워를 하고 멍 좀 뗴리고, 머리를 말리고 또 좀 숨 쉬고 나면 자정이 되어 버렸다. 

    경도 엄마가 보기에도 누나 소현은 당최 시간이 없다. 그래, 당근에 싼값에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온리원을 듣는 일이 경도에게 떨어지고 만다. 경도 엄마가 느끼기에 백여만 원 주고 구입한 교육프로그램을 가만히 섞이기는 너무 아까운 것이다. 


    입원해 있는 경도는 심심하기 때문에, 고모는 애랑 딱히 수다 떨 줄 모르기 때문에, 세계 백지도로 지도 공부나 시킬까 한다. 세계 백지도와 지구본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경도가 온리원을 들어야 하니 그것부터 하겠다며 노트패드를 펴 들었다. 

    "경도, 온리원 보는 거 시간 낭비야. 엄마가 시킨다고 다 하는 거 아니야. 엄마도 틀릴 수 있어. 네가 느끼기에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야지." 

    경도 엄마가 들으면 기겁을 하겠지만, 고모가 보기에, 경도 엄마는 온리원이라는 이상한 교육프로그램을 비싸게 사서는 애들 시간을 죽이고 있다. 교육을 좀 안다고 생각하는 고모로서는 경도 엄마 편을 들어주기가 힘들다. 


    오늘 경도가 볼 내용은 과학 수행평가 학습이다. 학습내용을 보니, 볼록렌즈을 이용해 발명품을 하나 만들라는 거였다. 경도는 '우쒸, 이거 어떻게 해' 하면서 신경질을 낸다. 고모가 펜을 뺏아 들고 경도 대신 쓱쓱 그려준다. 볼록렌즈를 그리고, 그걸 거울처럼 쳐다보는 여자 얼굴을 그린다. 그리고 콧구멍을 그리고 털하나 삐죽 튀어나오게 했다. 

    "고모 이게 뭐야?"

    "콧구멍 확대경."

    "기능도 적어야 해."

    '콧구멍 털을 뽑을 때 콧구멍을 크게 볼 수 있습니다'라고 적는다. 

    "콧구멍 털이 아니고 코털 아니야?"

    "그럼, 코털로 고치지 뭐."


    "이거 선생님이 본단 말이야. 이건 좀 그래."

    "그렇긴 뭘 그래. 넌 이렇게 생각했다고 그래."

    그리고 고모는 저장 버튼인지 전송 버튼인지를 잽싸게 눌러버린다. 

    경도는 '꺅!'하고 경악하더니, 전송 취소를 했던지, 다시 혼자 진지하게 그리기 시작한다. 

    경도는 '엄마표 아들'이라 엄마말이라면 뭐든 듣는다. 그러니, 싫어하면서도 교육 영상물을 본다. 

    "2배속으로 들어." 이걸 보는 건 시간낭비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엄마 말 잘 듣는 경도는 볼 것이어서, 시간이라도 아끼라고 고모가  2배속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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