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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l 27. 2024

조카의 학습 능력

    나를 이모라고 부르는 조카는 올해 막 대학생이 되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갔기 때문에, 대학생이 된 후에는 날마다 쏘다니며 놀아도 제 엄마가 잔소리를 좀 안 하는 편이다. 어느 날은 술이 떡이 되어 들어오다 80kg가 넘는 몸무게로 철퍼덕 넘어져 앞니 두 개를 망쳐 크라운으로 덮어씌운 일도 있다. 

    오늘도 조카는 엊저녁 늦게 들어와 피곤하다. 하지만, 깔끔을 떨기 때문에 방이 지저분한 것을 참아내지 못하는 성격이라, 몸은 힘들어도, 방은 치워야 한다. 놀러 와있는 만만한 이모를 조른다.

    "이모, 내 방 좀 치워줘요."

    "자기 방은 자기가 치우는 거야."

    "아니, 방이 아니고요, 베란다예요."

    "그것도 니 방에 포함돼."

    조카의 방은 문을 열면 베란다 공간이 있다. 자기 방 붙박이 장을 떼면서 넘쳐나는 물건들을 베란다로 옮겨 놓은지라 지금 그곳은 정말 정리가 필요하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 돌아온 조카는 이 한가한 여름방학에 이걸 치우고 싶다. 

    "오늘 너무 피곤해서 그래요. 이모가 좀 치워줘요."

    "니 똥꼬를 이모가 닦게 해 주면, 니 방을 치워주지."

    이모의 논리는 자기 방을 치우는 일은 자기 똥구멍을 닦는 일과 같아서, 다 큰 애가 남한테 해달라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조카도 알아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조르지 않는다. 


    그 말 끝에 이모가 물이 마시고 싶어져서 물 한잔 달랬더니, 그 집 엄마가 2L짜리 생수병을 내왔다. (이 집은 물을 사서 먹는다. 대구 지역에 수질이 좋지 않다는 보도가 여러 번 있고 난 뒤로 그렇게 한다. 정수기를 하나 달면 좋겠지만, 그 집 아빠 생각으로는 생수가 더 깨끗하다고 생각해서 사 먹는다.) 요새 손목이 영 신통찮은 이모는 저걸 들어 컵에 따를 수 있을까 싶다. 무거운 걸 들면 손목이 아프다. 

    "태경아, 이모 물 좀 따라줘."

    "이모 똥꼬를 닦게 해 주면 내가 물 따라줄게요."

    어쩜 이런 건 이렇게 빨리 배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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