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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 빛의 대성당

by 무딘

“오케이!”


포박총을 쏜 천계병이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리의 눈이 초록빛으로 ‘번쩍’ 빛났다.


그러자 날아오던 그물이 공중에 붙들린 듯 그대로 멈췄다.


“응?”


놀란 토끼 눈을 한 채, 그물을 바라보는 뭉치.

곧 브로커와 리를 붙잡았던 천계병들의 손이 억지로 풀리며, 그들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역시 놀란 눈으로 천계병들을 바라보는 브로커.


허공에 떠오른 천계병들은 그물과 함께 포박총을 쐈던 또 다른 천계병을 향해 내던져졌다.

서로 부딪혀 데굴데굴 구르며 그물과 뒤엉키는 천계병들.


뭉치가 얼른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리가 양팔을 앞으로 뻗고 있었다.

그의 손등에 못 보던 두 줄의 검은 선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리!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비토가 얼른 리의 팔에 올라서며 리를 나무랐다.


“몰라, 어쩔 수 없잖아!”


리가 손짓하자 뭉치의 몸이 붕 떠오르더니, 리의 등 뒤에 업혔다.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리를 바라보는 브로커.


“이봐, 정신 차려! 가자구!”


리가 고함을 치자,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브로커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뒤를 보자, 다른 천계병들이 멀리서부터 다가오고 있었다.

리도 얼른 브로커를 쫓아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이 친구 겁나게 재미있구마, 재미있어!”


리의 등에 업힌 뭉치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웃었다.

비토가 빨간 뿅망치 같은 걸 들더니 뭉치의 머리를 마구 내려쳤다.


그렇게 집들을 파고들며 얼마나 뛰었을까, 드디어 일행 앞으로 천계의 탁 트인 광장이 나타났다.


작은 시냇물이 광장 전체를 빙 둘러 흐르고,

왕관 모양의 분수와 황금색의 조형물들이 곳곳에 배치된, 제법 아름다운 광장이었다.


하지만 이곳도 여기저기 노숙자처럼 널브러진 영혼들로, 대낮 시장통같이 어수선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아, 하아, 저기가 대성당이에요. 일단 저기로!”


앞서 뛰어가는 브로커 너머로 ‘빛의 대성당’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 중앙에 자리한 빛의 대성당은 새하얀 벽돌로 만들어진 10층 정도의 건물이었는데,

각 기둥마다 뾰족한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솟아있었다.

‘빛의 대성당’이란 호칭답게 대성당에선 황금빛 아우라가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리! 얘 잔다, 자. 야하, 이거 완전 배짱이네.”


리의 어깨에 앉은 비토가 뭉치를 보며 투덜거렸다.

리의 등에 업힌 뭉치는, 어느새 얼굴을 파묻은 채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엎드려!”


그때, 앞서가던 브로커가 리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황급히 바닥에 엎드리는 리.

뭉치가 등에서 떨어져 굴러가는걸, 얼른 팔을 뻗어 붙잡았다.


‘푸더덕, 푸더덕’


그때, 천계병을 태운 백마 세 마리가 광장 위로 ‘후욱’ 날아들었다.

백마들은 날개를 펄럭이며 빙글빙글 광장 위를 돌았다.

틀림없이 리 일행을 찾는 눈치였다.


바닥에 엎드린 채, 쥐 죽은 듯 기다리는 리.

리에게 다리가 깔린 채 잠들어 있던 영혼 하나가, 불편한 듯 몸을 꿈틀거렸다.

비토가 영혼의 머리 위에서 ‘깨지 마라, 깨지 마라’ 계속해서 주문을 걸었다.


‘푸더덕, 푸더덕’


그러다 날갯짓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주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쏴아아’ 분수 떨어지는 소리만이 요란하게 들렸다.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리.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비단 구름이 우아하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하얀 조각들이 반짝거리며 눈송이처럼 쏟아졌다. 혀를 내밀어 조각을 맛보는 리.

역시나 달콤했다.


“일단 갔어요. 분명 다시 올 테니 빨리 움직이죠!”


어느새 브로커가 다가와 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뭉치도 잠이 깼는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브로커의 손을 맞잡고 일어서는 리와 뭉치.

잠시 백마가 떠난 하늘을 바라보다, 세 사람은 다시 대성당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


‘텅!’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브로커가 서둘러 문을 닫았다.

두터운 문이 닫히며, 문 닫는 소리가 성당 안을 메아리쳤다.


닫힌 문을 한 손으로 짚은 채 숨을 헐떡이는 브로커.

리와 뭉치도 옆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일단 앉아서 숨 좀 돌립시다. 하아, 하아, 그다음에 어떻게 미팅 장소로 갈지, 하아, 생각해 보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뭉치가 일자로 길게 뻗은 예배 의자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왐마, 지랄 것, 숨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네, 콜록, 콜록.”


눕다가 사래에 걸렸는지 기침을 해대는 뭉치.

리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서둘러 성당 안을 둘러봤다.

벽면을 가득 채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뚫고, 무지개색 볕이 성당 안으로 길게 발을 드리우고 있었다.


고개를 조금 들자 천장 위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구름을 탄 ‘백발노인’과 그를 향해 번쩍이는 검을 치켜든 남자.

오발탄을 추적하며 봤던 그 벽화였다.


“여기 어디 분명 오발탄이...”


양쪽으로 나란히 배치된 예배 의자들 사이를 걸어 나가며, 꼼꼼히 주변을 살피는 리.

안타깝게도 넓은 예배석 어디에서도 오발탄을 찾을 순 없었다.

오발탄은커녕,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와, 저게 문제의 ‘일자(一者)’신가?”


어느새 다시 디카를 꺼내든 비토가 예배당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 예배당 정면을 바라보는 리.

제의용 연단 뒤로 천장에 닿을 듯한 ‘거대한 석상’이 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머리 위 천장 명판에 ‘La Catedral de la Luz’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여기가 분명 맞는데...”


중얼거리며 석상을 향해 다가가는 리.

어깨까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석상은, 발목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리스식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의 가슴 앞으로 유리 상자 하나가 둥둥 떠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상자 안에는 붉은 수정이 들어 있었는데,

수정은 신기하게도 빙글빙글 돌며 세 개의 작은 구체로 분리되었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지길 반복했다.


“뭐야, 물방울도 아니고, 엄청 신기한데.”


비토의 탄성을 무시한 채, 의자 열의 제일 앞까지 걸어가 다시 주변을 둘러보는 리.

예배당 제일 뒤로 뭉치와 브로커만 보일 뿐, 역시나 오발탄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이곳을 떠난 게 틀림없었다.


순간, 실망하는 일권과 유니의 얼굴이 눈앞을 스쳤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는 리.


“아, 어디로 튄 거야, 대체. 이제 어디서 찾는담...”


맥이 풀린 채, 리는 뒤를 돌아 예배용 연단을 바라봤다.

연단 앞, 일자형 탁자 위에는 파피루스들이 전시하듯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리가 별생각 없이 팔을 뻗어 힘을 주자, 제일 앞쪽 파피루스가 휙 날아와 손에 쥐어졌다.


’ +이계(異界) 8 신 계보+


일자(一者) – 부 – 신들의 아버지 – 운영 : 명천계

ㄴ 광운(光雲) – 자 – 해, 빛의 신 – 운영 : 암형계

ㄴ 월운(月雲) – 자 – 달, 어둠의 신

ㄴ 화운(火雲) – 자 – 불, 형벌의 신 – 운영 : 암형계

ㄴ 수운(水雲) – 녀 – 물, 균형의 신 – 운영 : 중간계

ㄴ 목운(木雲) – 자 – 나무, 양육의 신 – 운영 : 환생계

ㄴ 금운(金雲) – 자 – 쇠, 건설의 신

ㄴ 토운(土雲) – 녀 – 흙, 기원의 신 – 운영 : 분열계’


파피루스를 열자, 이계 신들에 관한 정보가 주저리주저리 적혀 있었다.

입을 비죽거리며 접어 제자리에 던져 놓고는, 다시 그 옆의 파피루스를 향해 손을 뻗는 리.

이번에도 파피루스가 휙 날아와 리의 손에 쥐어졌다.


“우와아, 대박!”


그때, 예배 의자의 반대편 끝, 햇볕이 닿지 않는 곳에서 검은 형체가 불쑥 튀어나오며 말했다.

흠칫 놀라 전투태세를 취하는 리.

그 소리에 멀리 브로커와 뭉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봐봐! 내 말이 맞잖아!”


검은 형체가 소리치자, 그 옆에서 또 다른 형체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자세를 낮춘 채 뚫어져라 그들을 쏘아보는 리.


잠시 뒤 그들은 햇볕이 닿는 의자 위로 훌쩍 올라섰다.

자세히 보니 초등학생쯤 되는 아이들이었다.

심지어 한 아이는 낯이 익기까지 했다.

검은 머리를 길게 땋은 여자아이.

리에게 영귀풀 가방을 주며 ‘미끼질’ 시켰던 바로 그 아이.


“야, 너, 꼬마!”

“거봐 쫓아오길 잘했잖아. 아저씨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아까도 천계병들을 막 공중으로 내던지고 그랬던 거죠?.”


화가 난 리가 아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자, 여자아이가 얼른 호루라기를 입에 물었다.

그걸 보고 흠칫 놀라며 멈추는 리.


“야! 하지 마! 그러다, 우리까지 붙잡혀.”


여자아이를 어깨로 밀치며 남자아이가 짜증을 냈다.


“아저씨 얘는 신경 쓰지 말고요, 그거 나도 가르쳐주면 안 돼요? 막 사람을 띄우고 던지고 그러는 거.”


남자아이가 팔을 앞으로 뻗어 위아래로 움직이며 리의 흉내를 냈다.

여자아이는 호루라기를 입에 문 채 경계를 풀지 않았다.


“어허, 이 악동들, 오늘은 또 무슨 사고를 치셨을까?”


그때, 연단 하수(왼쪽) 그늘 속에서 웬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근슬쩍 앞쪽으로 걸어 나오던 뭉치와 브로커는 들킬세라 얼른 좌석에 앉았다.


잠시 뒤 그늘 속에서 흰 머리카락에 머리만큼 새하얀 예복을 입은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V’ 자 형태의 제의용 영대를 가슴 앞으로 드리운 노인은, 온화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있었다.

그는 나오자마자 예배당 안을 쓱 훑어봤다.


“악! 대사제님!”


브로커가 인상을 쓰며 외치자, 용케 그 소리를 알아들은 리가 얼른 손을 뒤로 숨겼다.

리의 손엔 대성당의 파피루스가 들려있었다.

리의 모습을 보며 ‘씨익’ 웃는 대사제.


“허허허허. 아직 예배도 전인데, 낯선 분들이 많구나. 오늘은 또 뭘 피해 이리 숨었니, 이 악동들.”

“아니요, 대사제님. 와, 대박, 저 아저씨가 있잖아요, 신기한 기술을 막 쓰는데 말이죠.”


팔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리의 모습을 흉내 내는 아이.

대사제가 아이에게 시선을 돌린 사이, 리는 장비 쌕에 파피루스를 은근슬쩍 집어넣었다.


“호들갑은, 녀석. 이제 오후 예배를 준비해야 하니, 기도할 거 아니면 어서 원으로 돌아가거라.”

“아니요, 사제님, 저 아저씨 조금 이상하다니까요. 신기한 기술로 천계병들을 막 이렇게, 이렇게.”

“어허, 내 원장님께 연락드릴까? 영귀풀 서리하다 도망쳐서 대성당으로 숨어들었다고?’”


대사제가 고개를 아이들 쪽으로 쭈욱 내밀며 묻자,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의 옷깃을 연신 잡아당겼다.


“에이, 참. 씨잉.”


남자아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아쉬워하다, 마지못해 예배 의자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여자아이도 뒤이어 뛰어내렸다.


브로커가 멀리서 아이들을 향해 주먹을 들며 인상을 쓰자, 둘이 동시에 ‘메롱~’ 하고 혓바닥을 내밀었다.

그리곤 대사제가 걸어 나왔던 그림자 속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비토가 그들을 보며 똑같이 ‘메롱’ 혓바닥을 내밀었다.


“하하하. 일자의 은총이 함께하길.”


길게 늘어진 소매 속으로 팔짱을 낀 채, 가볍게 웃는 대사제.

팔을 풀어 뒷짐을 지더니, 이번엔 천천히 리 쪽으로 걸어왔다.

괜히 찔려 자신도 모르게 열 중 쉬어 자세를 취하는 리.


“옛 선사들이 천계의 역사를 기록한 파피루스랍니다. 그 속에 넣으신 거 말이죠.”


대사제가 손가락으로 리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리가 가방을 앞으로 둘러매며 어색하게 웃었다.

‘야, 딱 걸렸어!’ 비토가 킥킥거리며 리의 가방을 퉁퉁 쳤다.


“저 ‘왕자의 난’도 그 안에 담겨있죠. 미켈란... 아,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미켈란 뭐라고 하는 영혼이 여기 파피루스를 정독한 뒤 감탄해서 저걸 그렸답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는 대사제.

리도 덩달아 천장을 올려다봤다.


“‘왕자의 난’이라고.”


그제야 리는 천장 프레스코화를 꼼꼼히 살펴봤다.

천장 한쪽 끝으로 구름을 탄 채 하얀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노인이, 손을 뻗어 커다란 에테르 구체를 모으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자줏빛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져 내렸다.


반대편에는 번개가 지직거리는 ‘검은 장검(太刀)’을 머리 위로 치켜든 남자와,

온몸이 화염으로 둘러싸인 채 주먹을 내지르는 남자가, 동시에 노인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노인과 남자들 중간으로 초승달 모양의 방패를 앞세운 제3의 인물이 뛰어들고 있었는데,

그의 팔뚝에는 낯익은 ‘5단계 회전식 자물쇠’가 감겨있었다.


“어? 리! 저거, 자물쇠!”


비토가 자물쇠를 가리키며 소리치자, ‘두근’, 순간 리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자기도 모르게 팔뚝을 더듬는 리.

남아있는 자물쇠의 윤곽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일자에게 반기를 들었던 그의 아들들, 광운신과 화운신, 그리고 이들의 충돌을 막으려 했던 월운신의 모습이 담겨있죠. 정말 생생하죠? 이때의 전투에서 자식들과 싸워야 했던 일자의 슬픔이, 저 ‘일자의 눈물’이라는 수정으로 남겨졌답니다.”


석상 앞에 떠 있는 유리 상자를 가리키는 대사제.

리는 셋으로 분리되었다 합쳐지는 수정을 지긋이 바라봤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만큼 후대를 위해 귀중한 자료랍니다. 그 파피루스는. 공개된 자료인 만큼 읽는 건 상관없지만, 꼭 돌려주셔야 한답니다.”


대사제는 리의 바로 앞까지 걸어오더니, 갑자기 팔을 뻗어 리가 입은 가운을 이리저리 만져 봤다.

옷 안쪽을 슬쩍 들여다보자, 환생 관리자 옷이 살짝 보였다.

멀리서 브로커가 엉거주춤 일어난 채로 안절부절못했다.


“흠. 아무래도 천계에서 환영받는 분들은 아닌 것 같군요. 안 그래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나온 거랍니다. 자, 여러분께도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파피루스를 두고 서둘러 여기를 나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여기 천계병을 따라가시겠습니까.”


대사제가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며 다시 팔짱을 꼈다.

그러자 이번엔 연단의 상수(오른쪽)에서 흰 갑옷을 입은 천계병 세 명이 장총을 겨눈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들의 뒤로 회색 가운을 입은 젊은 사제가 서 있었다.


“불길한 느낌에, 제가 특별히 모셔달라 했습니다.”


천계병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뭉치와 브로커.

리도 얼른 팔을 앞으로 뻗어 공격 태세를 취했다.


“안심하시죠. 제가 허락하기 전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곳은 무력 금지 구역이거든요.”


마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대사제의 목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작게 들렸다.


“오! 전음(傳音)!”


비토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외쳤다.


“자 선택하시죠. 파피루스를 두고 편하게 나갈 것인지, 아니면 천계병에게 끌려갈 것인지.”


다시 대사제의 속삭임이 귀 바로 옆에서 들렸다.

팔을 뻗은 채 천계병들과 대치하는 리.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한 채, 침을 꿀꺽 삼키는 뭉치와 브로커.


“자, 선택하세요! 지금! 당장!”


‘퍼어엉!’


그때 성당 밖에서 둔중한 폭발 소리가 들리더니, 거센 진동이 대성당 전체를 뒤흔들었다.


‘차차자창!’


동시에 양 벽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와지끈 깨지더니, 성당 안, 이들의 머리 위로 일제히 쏟아져 내렸다.


깜짝 놀란 리가, 서둘러 위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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