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덕분에 잘 버텨
엄마는 당신 몸은 보살피지 않고 가족들의 건강만은 누구보다 열심히 챙기셨다
아버지가 천식이 심할 때 엄마는 묵은 도라지가 좋다는 말을 듣고 도라지를 마당에 심으시고 정성으로 농사짓고 천식에 좋다는 재료는 무엇이든 구해서 달여서 아버지에게 드렸다
그렇게 몇 년을 엄마는 아버지의 천식을 위해서 정성을 들였고 결국에는 고치시고 아버지는 밤에 기침 없이 주무시게 되었다
난 어려서 별로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허약해서 엄마의 걱정을 끼치는 날이 많았고 먹는 것도 부실하여 탈이 나기 일쑤였다
'어디 아프나'를 너무 많이 들어서 내 이름인 줄 알았다
늘 비실비실대니 엄마는 그런 나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다가도 울면서 가위눌리면 피곤해서 곤히 주무시던 엄마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깨우셨으리라
천장에서 꽃무늬가 내려온다고 엉엉 울어댔고 몸은 꼼짝도 못 하고 있다가 엄마 목소리를 듣고 안심을 하곤 했다
생각해 보면 엄마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싶다
두리가 어려서 몸이 피곤하면 울면서 코피도 흘리고 잠을 못 자서 밤새 옆에 앉아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엄마가 많이 생각났더랬다
자식이 아픈 게 내가 아픈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대신 아파줄 수 없으니 애간장이 녹고 속이 탄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힘든 것이다
그런 나는 언제나 엄마의 걱정 거리였으리리라
그 당시에는 인삼이 비싸고 귀했을 텐데 엄마는 인삼을 잘게 썰어 꿀에 재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숙성이 되면 그걸 나에게 먹이셨다
난 먹기 싫었다 정말이지 복에 겨운 투정이었다 얼마나 귀한 것인 줄 모르고 말이다
달고 씁쓸한 것이 영 입맛에 거슬렸다
원래 단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쓴맛이 있어서 그나마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엄마가 챙겨주신 꿀에 절인 인삼을 시시때때로 먹게 되었다
시골에서는 소를 잡는 날이 있었다
그 시절에 그날은 온 동네가 잔치였다
몸도 보신하고 맛있는 거 나눠먹으며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엄마가 부리나케 달려오신다
손에는 접시가 들려져 있었다
이거 좀 먹어봐라 금방 잡은 쇠간이다 픽픽 기절하는 허한 사람한테 좋단다
어렵게 사정해서 구한 거다 먹어봐라
참기름 냄새가 확 나는 것을 맡으며 이 물컹하고 검붉은 물체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안 먹어! 하고 쏜살같이 도망갔다
엄마는 내가 기가 허하니까 어떡하든 먹이려고 하셨지만 난 엄마의 애타는 심정을 뒤로하고 멀리멀리 도망가서 저녁에 슬며시 들어왔다
그건 아버지 드렸다고 하면서 눈을 흘기셨다
난 소고기도 안 먹었는데 쇠간을 먹을 리가 없지
소를 키우면서 든 정이 있어서 더더욱 먹을 수가 없었다
소고기는 하니 몸 조리할 때 모유수유를 위하여 사골을 하도 많이 먹어서 지금은 먹기는 한다
하지만 많이 먹으면 기름기 때문인지 역시 속이 불편하고 뒤틀리고 갖은 고생을 해가며 겨우 익숙하게 적응시켜 먹게 되었다
엄마! 난 인삼 꿀절임만 먹을게 다른 건 먹기 싫어
말 잘 듣던 어린애가 먹는 거에는 물러서지 않고 자기 고집을 부렸다
난 엄마 말이면 뭐든 잘 듣는 아이였지만 먹는 것만은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난 정신을 강하게 훈련했다
몸을 이기는 정신승리!
덕분에 중학생이 된 후로는 나의 정신줄을 확실히 잡고 살았다
엄마가 그렇게 정성으로 먹이신 인삼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인가 싶다
그렇지 않았으면 부실한 이 몸은 얼마나 가족들을 걱정시켰을까
그래도 깡이 있어 잘 버티고 살고 있다
아마도 이런 깡의 근원은 엄마의 사랑이리라
나도 애들에게 그렇게 해 주고 싶은데 이 녀석들은 잘 안 먹으려고 한다
물론 나도 그랬으니 할 말은 없다
그래도 나에 비하면 애들이 너무 약하단 생각에 먹는 거는 진심으로 요리해서 먹인다
웬만하면 몸에 좋은 걸 다 먹이려고 한다
옛날에 엄마가 나에게 그랬듯이 집밥이 보약이다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엄마! 엄마 덕분에 이렇게나 잘 버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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