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억속의 먹거리는 그리움으로 16

첫 외식

by 그리여

서울로 오기 전까지 외식이 뭔지도 몰랐다

엄마는 늘 부지런하게 우리에 음식을 해 먹이셨다

한 가지라도 직접 해 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 음식은 늘 집에서 해 먹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부턴가 가마솥이 없어지고 밥솥을 사게 되었다

엄마는 새벽에 나가시더라도 쌀을 씻어서 준비해 두고 나가시고 난 일어나서 취사를 눌렀다

그렇게 우리의 집밥에 대한 애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시댁에서도 아버님이 외식을 좋아하시지 않아 거의 매일 집에서 해 먹었다

그러다 보니 외식은 할 틈이 없었다


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 시골을 가면 엄마는 시간이 언제든가 항상 바로 한 따뜻한 밥과 된장을 끓여주셨다

둘째는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너무 좋아했다

서울에서보다 더 잘 먹었다 입이 짧은 애가 잘 먹으니 나도 좋았다

엄마 얘는 시골에서 살아야 할까 봐

그러면 엄마가 환하게 웃으시며 많이 먹으래이 우리 똥강아지 하셨다


시간이 흐르고 엄마는 예전처럼 건강하지 않으셨다

지병이 있어서 늘 힘들어하셨다

그런데도 항상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으셨다

엄마는 일 중독이라니까 쉬어야지 몸이 안 아프지!! 아무리 말려도 쉬는 법이 없었다


엄마 우리 바람도 쐬고 외식도 하자

엄마가 웬일인지 그날은 수락하셨다

청송으로 가다가 달기약수로 삼계탕을 끓이는 집에 들어갔다

알고 보니 유명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외식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


시골에서는 삼계탕을 먹으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했다

예약을 하지 않은 우리는 다행히 자리는 있었지만 바로 먹을 수는 없었다

식당에서 조리해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마냥 기다려야 했고 우리는 문만 쳐다보며 좌불안석이었다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렸다

엄마는 배도 고프고 피곤하셔서 식당 바닥에 누우셨다

안절부절 어찌할지를 몰랐다


첫 외식인데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고 무작정 모시고 나와서 너무 미안했다

그러다가 음식이 나오니 엄마 아부지는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숟가락을 쉼 없이 움직이셨다

맛은 있네 하신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정말 맛있어서 맛있었던가 배가 고파서 맛있었던가


그날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하다

내편과 나는 다음에는 잘 준비하고 나가자 다짐을 했다

사실 우리도 외식을 별로 하지 않아서 잘 몰랐던 탓이기도 하다


물론 엄마는 그 이후로 더 집밥을 고집하셨다


지금은 시골 가면 아버지 모시고 외식을 한다

아버지는 엄마와 달리 우리가 가자고 하면 잘 따라주신다

서울에서 해서 가지고 간 반찬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고 남는 시간은 아버지 모시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집에서 차려먹는 것도 좋지만

밖에서 밥을 먹으면 여유가 생겨서 구경하고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다


엄마랑 못했던걸 아버지와 같이 한다

아버지는 엄마몫까지 두배로 즐겨야 할 책임감으로 우리를 따라다니신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첫 외식이 마지막 외식이 되었다



#첫외식 #마지막외식

#추억

#먹거리

#그리움




keyword
이전 15화기억속의 먹거리는 그리움으로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