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한 걸음 앞에 있다

마음의 편지를 품고 향일암으로 가는 길

by 그리여

여수에서 임포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도 끝지점 임포에 내리면 거북이가 바다로 들어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나지막한 산 하나가 눈에 든다. 금오산


남해의 청정해역이 눈을 빨아들이고 상쾌한 바닷바람이 모든 근심 걱정을 싣고 날아가 버리는 곳.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 약간 가파른 곳을 오르다 보면 날씬한 동백나무들이 자태를 자랑하는 곳을 스쳐지나 이마에 약간의 땀이 솟아날 때쯤 되면 바위틈 사이로 몇 번 돌아 향일암에 도착할 수 있다.


향일암에서 바라다보는 바다. 그 상쾌함이란 산과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떨어지는 발걸음을 향일암 뒤쪽으로 옮기고 바위와 바위 사이로 오르다 보면 가파른 바위도 오르고 잡목들 사이로도 지나고, 약간의 갈증과 함께 어느덧 정상


막힘없는 바다와 거북이의 등처럼 무늬가 있는 바위들은 한층 신비를 더해 준다.

바다와 바위를 굽어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여수로 나오는 버스를 탄다.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돌산대교 앞에서 내려 이충무공의 혼을 느껴보는 것도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돌산대교를 발아래로 하고 시간이 넉넉하면 여수의 오동도도 다녀올 수 있으면 좋으리라


동백꽃이 피는 3,4월이 절정기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향일암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면 그 또한 행운이리라.


그는 오늘도 금오산을 오른다.

산행길에 만났던 인연을 떠올리며 땀을 흘리다 보면 잡스런 생각이 사라진다. 사는 게 바빠서 맘의 여유가 없어 늘 높게 담을 쌓으면서 살아온 그였다.

엄마가 자신의 곁을 떠나 새로운 인연을 따라가던 날 상실감에 울지도 못했던 어린 소년이 늘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을 옅어지고 마음이 넉넉해지기도 한다.


엄마! 오늘도 금오산을 오르며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씁니다.

행복하십니까 항상 궁금하지만 도저히 찾아볼 용기가 생기지 않아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지만, 마음속에선 항상 공허한 외침이 들립니다. 보고 싶어요. 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지요


그의 쓸쓸한 외침을 금오산은 알고 있을까. 보내지도 못할 편지를 저 하늘에 날리고 향일암으로 향하며 감히 소원을 빌어본다.


'다시는 보지 못할 인연이라도 꼭 한 번은 보게 해 주세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발을 떼고 '하아' 깊이 토해내는 숨이 가슴속 응어리처럼 쏟아진다.


어느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엄마는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고 한 번도 그를 찾지 않았다.


동백꽃이 툭 떨어진 그 길에서 그리움을 떨구며 한발 한발 세상을 향하여 걸어 나오던 소년은 바위틈에 편지를 묻고 피지도 못한 말들은 바다로 흘렸다.


90년대 소박하고 자연적인 풍경을 지니고 주민들이 걷고 오르내리던 생활 속의 산이었던 금오산에서 만났던 그의 쓸쓸한 사연은 시간이 흘렀어도 산이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산을 같이 오르며 산을 알게 되어 기뻤다는 그의 말이 귀에 남았다.


그 지역 어르신들은 거북이 형상의 산이라 불렀으며 장수와 평안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산으로서 금오산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금오산은 누군가의 숨고 싶은 장소 그리움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에게도 금오산은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가기에 편치 않았던 그곳은 지금은 차로 쉽게 좀 더 가까이 접근 가능하지만 유명해지고 나서 붐비는 인파에 더 멀어진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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