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배워 본 김치찌개
엄마가 평생 해줄게 잘하면 일이 따라다녀서 니가 고달파진다
라고 하시면서 음식을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밥 짓고 감자채볶음이나 가끔 어깨너머로 보고 본걸 흉내 내는 것이 전부였어
달리 배워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어린애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는 않았을 거야
어느 날 엄마가 볼일이 있어서 집을 비우시게 된 상황이 생겼다
급하셨나 집에 반찬을 해 놓으신 게 없었다
엄마의 부재로 당장 먹어야 할 저녁 찬거리가 걱정이었다
일단 밥을 해놓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부엌에 들어오셨다
엄마는 아버지가 부엌에 들어가는 걸 용납하시지 않았다
남자는 부엌에 들어오는 게 아냐!!라는 이유였다
아버지가 부엌에 들어오신 것도 놀라운데 반찬을 가르쳐주신단다
곤로에 물을 올리고 불을 넣었다
휘발유냄새와 그을음 냄새가 나면서 불이 치익하고 올라와서 퍼진다
김치를 듬성듬성 먹기 좋게 썰어서 냄비에 넣어! 그리고 굵은 멸치를 두어 마리 넣는대이
아버지가 직접 찌개 하는 과정을 보여주셨다
별로 어렵지 않게 김치찌개를 끓였다
물론 몇 가지 과정이 더 있었으리라
양은냄비라 금방 보글보글 끓어올랐다
어라 맛있네
김치가 맛있으면 물만 넣어도 맛있다더니 정말이었다
아버지가 끓이신 김치찌개로 그날 저녁은 맛나게 한 끼를 먹었다
엄마가 만들어둔 김치는 뭘 해도 맛있었단 걸 아버지는 알고 계셨던 거 같다
아무튼 난 엄마도 안 가르쳐주던 첫 요리라면 요리인 김치찌개를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아버지도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계셨다
아부지 김치찌개 끓이는 건 어찌 알아서 알려줬어? 하고 물으니
그냥 끓이신 거라고 멋쩍게 웃으셨다
아버지도 처음 해 본 거라고 하셨다
평생 요리해 주겠다는 엄마는 훌쩍 가셨고
난 엄마에게 배우지도 않았는데 그냥 잘해서 일이 늘 따라다닌다
보고 배운 게 어디 가겠나 싶다
대부분은 어깨너머로 본 거라 알려주지 않아도 기억이 되고
맛을 아니까 그 맛을 내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알아지는 거였다
엄마!! 엄마의 염려대로 일이 안 따라다니면 좋았을 거를 일이 따라다니네
마치 그림자 같아 기어이 따라오는 거 보면 어쩔 수 없나 봐 엄마딸이라
젊었던 그 옛날의 아버지께서 노란 양은냄비에 바특하게 끓여 주셨던 김치찌개의 맛과 곤로의 그을음향이 코끝과 입안에 감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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