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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속의 먹거리는 그리움으로 11

얼큰한 붕어찜

by 그리여 Jan 14. 2025

엄마의 음식 중 손꼽히는 것 중에 단연 붕어찜이 빠지지 않는다

아버지는 입이 짧으셨지만 붕어찜만 해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셨다


논에 가면 논두렁옆에 조그만 개울이 있는데 거기에 붕어가 바글바글했다

아버지는 그걸 삽으로 건져 올리셨다

조금씩 흐르는 개울에는 깊은 구덩이가 있고, 고인 물에 사는 붕어는 피할 틈도 없이 삽에 건져 올려진다

싱싱한 붕어가 팔딱인다


엄마는 아버지가 잡아오신 붕어를 손질한다

비늘을 벗기고 배를 가르면 붕어 뱃속에서 조그만 풍선이 툭 튀어나온다

엄마의 손놀림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양은냄비를 곤로에 올리고 손질한 붕어를 가지런히 깔아놓고

갖은양념으로 만든 고추장양념장을 켜켜이 얹어준다

호박도 조금 넣고 자작하게 끓이신다

자세한 조리과정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짜글짜글 소리가 나고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노란 양은 냄비에서 붕어찜이 끓으면서 뚜껑이 들썩들썩 아우성친다


아버지는 붕어찜을 맛있게도 드신다

우리는 매콤하기도 하고, 이미 붕어눈깔이 봐버려서 먹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걸 입안에서 발골하시는 모양이다

오물오물하시다가 가시만 싸악 뱉어내신다

발골의 신!!

우리는 홀린 듯이 아버지 드시는 걸 본다

뭘 그렇게 많이 드시지 않는데 붕어찜만은 워낙에 맛있게 드시니까 신기해서 그랬던가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그리워하는 음식 중에 1위가 붕어찜이지 않을까


나는 그 시절 소박한 밥상을 풍성하게 보이게 했던 붕어찜이 잊히지 않는다

흉내 낼 수 없는 붕어찜은 기억 속에서만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다


아버지께 한 번 해드리고 싶지만 재료부터 구하기가 싶지 않은 것인지라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를 시켜본다



#얼큰한붕어찜

#추억

#먹거리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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