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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듯이 잠만 자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어디까지나, 겪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친구처럼 보이고, 형제처럼 보이는 것이 좋았다.
그렇기에 사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미 사람의 뼈를 갖추고, 사람의 살을 붙인 채로 살아가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어울리지는 않지만.
어린 나는 한순간 가슴을 가른 충동에 홀렸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사라졌으면 하고 바라다가도, 남의 몰락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그릇된 짓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남의 몰락보다는 나의 소멸을 바라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살던 순간에 느꼈던, 작게 터지고 금방 끝나던 작은 환희를 데리고 사라지고 싶었다.
전부 다, 전부 다 쓸려나가게 하고, 상처와 남은 찌꺼기를 전부 쓸어버리고서 희미한 행복만 데리고 떠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
형제 같은 나무들의 말을 들을 수 없고,
길을 지나다니는 동물과 말을 나눌 수 없고,
나와 같은 모양을 가진 생명체들과도 섞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마도 나는, 사람이 아닌 무언가.
어느 곳에도 섞일 수 없는,
그 무엇도 사랑할 수 없는,
이도저도 아닌 실수.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었던 것.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떠나자.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자.
수명을 다했다면 떨어져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