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장

by 이지원 Jan 28. 2025

 그만 살고 싶어도 돼?


멀쩡하게 살았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까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를 잘 모르겠어. 나는 분명 행복해야 할 상황이란 것도 알고 보통 사람이면 별생각 없이 잠에 들었을 텐데 이 시간까지 잠들지 못하고 있잖아.


사람을 만나기 전에, 이런 걸 완전히 고쳐놓고 와야 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나는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을 느끼고, 마음 한쪽이 사라진 것만 같다. 내가 이러지 않았더라면, 괜찮았더라면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그런 걸 생각하다가 속이 울렁거려서 그냥 고개를 숙이고 한참 울었다.


불을 끄는 게 무섭다. 귓가에 맴돌게 둔 음악소리도 무섭다. 그래서 도무지 잠에 들 수 없다. 처음에는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는데, 심헤지니까 이제는 슬슬 괴롭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행복해야 하는데 항상 어딘가 불안하고 움츠러들어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그냥 좀 진정할 만한 게 필요하다. 내 앞에 놓인 수단이란 수단을 몇 주 동안 끊임없이 써 봤는데 가시지가 않는다. 불안해, 불안해. 그러니까 나는 밤이 제일 두려워. 다 사라져 버릴 것 같아. 평소에 하지 않던 게임도 해 보고 환기도 시켜보고 별 짓을 다 했는데도 그대로, 제자리걸음.


그래도 나는 멀쩡히 살아갈 거야. 아직까진.


나아지지 않음은 모두를 지치게 한다는 걸 알아. 내가 느꼈던 행복은 정말 거짓말이었을까? 아무리 속이려 해도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순 없을 거야. 확실히 내가 느꼈던 행복은 행복이 맞다. 

나중에 보고, 이 인간은 늘 우울했다고 생각할까 봐 적어두려고요.

너무 행복했어요. 좋았어요.


내가 이렇게  된 것에는,

나 외에는 누구의 책임도 없고,

나 외에는 잘못한 사람도 없고,

나 외에는 눈물 흘릴 사람도 업고,

오롯이 내가 안고 가야 할 일.

내가 책임져야 할 일.

내 잘못.

내 탓.


그냥 그런 거.

혹시 모르니 미리 말해두고 싶어서.

그냥 그래요.


그래도 오늘은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찻집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