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무례한 행동에 대한 눈살 찌푸림일지도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온다. 2025년 6월 현재 환율이 1프랑= 1692원이라 섣불리 스위스로 놀러 오라고 권하지는 못하겠으나, 굳이 굳이 스위스를 오실 거라면 총알 장전을 두둑이 하고 오라고 말하고 싶네?
빅맥 세트 가격이 현재 약 14프랑=23691원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오는 게 좋을 거야.
휴가를 어디로 가든, 유럽 안에서 여행하는 이들 사이에서 요즈음 동양인 인종차별에 대해 SNS에서 다루는 영상 또는 콘텐츠를 많이 봤는데, 유럽 사는 아줌마로서 어떨 때는 식당의 옆테이블 동양인들이 유럽에서 허용되지 않는 행동을 해 웨이터가 퉁퉁거리는 장면을 많이 목격하거든? 진짜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드러내놓고 하는 사람은 유럽에 사실 많지 않아. 아니, 정정. 스위스에는 많지 않아. 워낙에 인종차별하는 행동을 본인들도 최악이라 생각하고, 사회적으로도 용인되지 않거든. 근데 간혹 G들이 이상한 짓 해놓고 (유러피언 입장에서)
아오 동네사람들 나 좀 보소, 나 인종차별 당했네 어쨌네..!
하는 사람들 보면 이 아줌마가 마음이 아파. 본인들은 얼마나 억울하겠어. 여행하다 기분도 잡치고. 그래서 알려주려고.
비 오는 월요일, 오랜만에 지인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 가기 위해 운전을 해서 루체른 시내로 나가고 있는데 교통량도 많은 데다 공사를 하는 구간이 있어 차가 막혀 서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난다. 백미러로 뒤를 보니, 뒤 차가 우리 차를 살짝 건드린 것이다! 오마이.
뒤 차가 옆으로 운전해 와 창문을 열더니,
"괜찮지?! 하나도 안 긁혔어."
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응? 그걸 왜 당신이 판단해?
"확인은 해봐야지. 옆으로 차 잠깐 세워!"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니 상대방 운전자, 40대 정도의 외국인 같아 보이는 남자가 사과를 입에 물고 질겅질겅 씹으며 내린다. 내리자마자,
"살짝 건드렸어. 긁히지 않았어. 오케이?!"
하면서 차에서 걸레를 꺼내 우리 차 뒤쪽을 닦으면서 확인시켜 준다.
그 참에 나는 그의 번호판 사진을 찍고,
"전화번호 좀 주겠어? 혹시나 연락할 일이 있을까 해서."
전화번호를 순순히 찍어 확인시켜 주고는 자기 ID카드를 보여주는데, 어? 스위스인이잖아.
특정 나라에서 온 이민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확인을 끝내고 가려는데 또다시,
"별일 아니야. 살짝 건드렸어. 오케이? 오케이?"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살짝 건드렸어도 사과가 먼저가 아닌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별일 아니라고, 상황을 무마하려고만 하는 그가 얄미웠다.
"그건 네가 할 대사가 아니고, 내가 판단해서 할 말 같은데?"라고 하고
차도녀 스타일로 쌩 차에 탔다(이 날 마침 의상도 화려하니 센 언니 스타일로 컨셉에도 나이쓰)
집에 와서 찍어 온 ID 카드를 보니, 이름이 내가 생각했던 그 특정 나라 이름이다.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하다 잠시 멈칫.
나 지금 인종 차별하나?
잠시 생각에 잠겼다.
차에서 내리는 그의 껄렁한 행동을 보고 당연히 특정 나라에서 온 외국인일 거라 편견을 가진 것은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생각이 옳긴 했지만), 어느 나라 출신인걸 떠나서 나를 짜증 나게 했던 건 그의 피부색이 아니라 그의 행동과 언행이었으니, 인종 차별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누군가의 인상을 결정하는 건 국적보다는 언행이나 행동거지라는 건데,
오랜 시간 동안 자기 나라를 떠나서 살아도 사는 나라에 결코 동화되지 못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이들이 주류사회에서 동떨어져 겉도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민자 비율이 40%를 웃도는 스위스(이민 1세대, 2세대를 합친 수치임)에 누가 봐도 튀는 동양인으로 20년 넘게 산 짬밥으로 말하자면, 기본적인 예의와 매너를 장착한 채 용모만 단정해도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인종 차별을 받을 일은 없다. 보통은 이곳에서는 금기시하는 어떠한 행동을 해서 상대방 외국인이 새초롬해진 것을 인종 차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오랜 외국 생활을 한 이들에게도 발견할 수도 있는 현상이라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다 (아무리 지인이라도 그 행동을 꼭 집어 이야기할 만한 두꺼운 낯은 나에게는 없다).
그럼, 내 눈엔 보이는데 내 친구 눈엔 안 보여서 나는 대접을 받고, 내 친구는 홀대를 받는 몇 가지 행동들을 알려주겠다. 노파심에 말하자면, 내 눈엔 보이는 이유는 특별히 매너가 좋아서도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라기보단 오랜 외쿡생활 짬밥과 뛰어난 관찰력, 눈치를 보는 성격(?) 등등으로 해두겠다.
오케이, 본론으로 유러피언들이 진심 극혐하는 행동.
1. 먹지 마세요. 휴지에 양보하세요.
친구와 함께 기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목소리를 낮춰서 근황 토크를 한 후, 각자의 할 일을 하는 중인데 조용한 기차 칸에 30초에 한 번씩 울리는 그녀의 (훌쩍) 코 들이마시는 소리. 요란하진 않지만 모두에게 충분히 들릴 정도의 짧고 날카로운, 누가 들어도 분명히 끈끈한 액체가 기압 차이에 의해 외부에서 체내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을 연상하게 하는 (훌쩍) 그 소리. 나를 비롯한 그녀를 뺀 이 기차칸의 모든 이가 30초에 한 번 나는 그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느끼는 건 과연 내가 오바일까?
같이 있는 내가 더 민망해져 주위를 둘러본다. 내 (훌쩍) 예상대로 옆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젊은 여인이 킁 소리 한 번에 찰나이지만 우리 쪽으로 눈길을 준다. 눈치를 주는 것이다.(훌쩍)
신문을 읽고 있던 60대 아저씨도 으흠! 헛기침을 한다. 이것도 내가 오바가 아니라면 눈치를 주는 소리이다.
가방에 있던 휴지를 꺼내 넌지시 건넸다.
'꽃가루 알러지 있나 봐? 나도 요즘 심한데..'
'응, 고마워. '
흐르는 콧물을 정리만 할 뿐, 풀지는 않아서 몇 초 후에 또 훌쩍.
아놔, 작전 실패.
코가 흐를 때에는 먹지 마세요. 휴지에 양보하세요.
유러피언들은 코 먹는 소리는 극혐 하면서 코 푸는 소리에는 또 관대하니 인생은 한방, 한방에 끝내 버리기를 추천.
(마지막으로 한번 훌쩍)
2. 한 번에 두 가지 일 시키면 화나요.
이 사람들, 누군가가 행동으로든 말로든 재촉하는 행위를 싫어하는 걸 넘어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싸우자는 거냐!)
그놈의 여유, 여유, 여우(앗, 오타!) 우리 눈에 보기에 이들이 여유 있어 보이는 거지, 그들은 그냥 평생 살던 대로 행동할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동양인이 우리 몸에 밴 방식대로 이들을 재촉하면, 그들 나름대로의 flow, 흘러가는 템포가 깨져 이들은 기분이 상하는 것 같다. 공격을 했으니 방어를 하는 당연한 이치인 셈.
예를 들어 볼게:
한국인 지인과 점심을 먹으러 간 어느 여유로운 주말이었어.
그동안 할 얘기가 쌓여서 수다를 포대에 이고 지고 만나서 따발총에 장전 쏘기 직전. 그래도 맛있는 거 주문은 해야겠지? 주말이라 식당에는 사람이 많았고, 우리 차례가 되어 웨이터가 상냥한 얼굴로 다가와 기분 좋게 주문을 하고 수다에 여념이 없었지.
유럽 Fine Dining에서는 웨이터를 부르는 행위를 잘하지 않아. 왜냐하면 웨이터가 우리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해놓은 몇 가지 숨어있는 신호들이 있거든.
메뉴판을 보면서 혹은 보는 중에 펼쳐놓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으면 웨이터는 절대로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아. 메뉴판을 꽤 정독하는 유러피언들이라,
(솔직히, 정독할 수밖에 좀 오바스럽게 많은 정보가 있긴 함. 위풍당당하게 제. 육. 복. 음. 하나 쓰여 있을 우리의 스타일과 달리
양파와 당근을 곁들인 고추장소스를 입힌 불맛 나는 돼지고기 슬라이스. 히말라야산 깨로 마무리(히말라야산은 나의 깨방정. 수준 높은 개그 보소 ㅎㅎ)
이런 식으로 오바스럽게 정보가 많거든. 그건 이들이 또 왜 그리 음식 알러지는 많은지, 알러지 있는 음식 알아서 거르시오라는 의미가 있기도 하다고 생각함)
어쨌든, 그 메뉴판이 펼쳐져 있는 상태는,
나는 아직 메뉴를 정하지 못했소, 여유 있게 보고 주문하고 싶으니 아직 주문받으러 오지 마시오.
라는 메시지이다.
또 하나는, 화장실을 가거나 자리를 비울 때, 냅킨을 의자에 두고 가면
나 잠깐 어디 좀 갔다 다시 오리오.이고 냅킨을 식탁에 두고 가면(주로 접시의 왼쪽) 나 간다잉. 알려주는 신호이다.
성원에 힘입어 하나 더 알려주자면,
접시 위의 음식의 유무와 관계없이 식사를 끝냈으면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런히 4시 방향으로 두면,
나 다 먹었으니 접시를 치워다오.
라는 신호이다. 손을 번쩍 들고 접시 좀 치워줄래? 하면 아니아니아니되오!
참고로, 다 먹은 접시를 얼른얼른 치워가는 행위에,
뭐지? 먹었으면 싸개싸개 나가라고 눈치 주는 것인가?라고 생각 할 필요는 없다.
그건 이곳에 있는 동안 편안하고 정돈된 상태에서 있으라고 하는 배려이다. 유럽 Fine Dining은 매 순간이 아름답고(더러운 접시는 얼른 시야에서 사라지고), 행동이 절제되어 있으며(큰 소리로 누군가를 부르거나 손을 들어 호출하는 행위 금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잘 짜인 왈츠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시 일요일의 그 점심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맛있는 전채와 본식을 먹고 행복한 마음으로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날따라 사람이 많아서 디저트가 늦게 나왔다. 본식 그릇을 치우고 나서 디저트 스푼을 갖다 놓은 걸로 보아, 우리의 주문을 잊어버린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의 지인은 마음이 급했는지, 한번 물어볼까? 라며 우리 테이블 담당 써버에게 물어보려 했다(참고로, 유럽에서는 자기 담당 테이블 써버가 있어서 그 외에 지나가는 딱히 할 일 없어 보이는 다른 이에게 백날 얘기해 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응, 너 써버한테 말해볼게.
약간 담임 선생님 같은 개념이다).
나의 지인은 우리의 써버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다른 테이블에 제공될 음식이 두 손에 잔뜩 담긴 채 지나가는 그에게 손을 들고, 할 말이 있음을 피력하는 동시에 이미 우리 아까 시킨.. 하고 질문이 들어갔고,
담당 웨이터는 딱 잘라 이야기한다.
금방 갈게. 기다려줘.
이것은 그나마 그곳이 스위스의 꽤 좋은 품위 차리는 분위기의 식당이라 가능했던 거고, 흔한 독일의 식당에서는 쌀쌀한 그 한 마디,
기다려!
이렇게 돌아왔을 거다. 독일이 나를 강하게 키웠네. ㅎㅎ
다른 테이블의 음식을 무사히 가져다준 그는 그의 페이스대로(절대로 더 서두르거나 하진 않음. 서두르는 건 품위 없어 보이는 행동이기에 그렇게 교육받았을 확률이 높음) 우리에게 다가왔고, 프로페셔널하게 웃는 얼굴로,
자, 이제 당신을 위한 시간이 생겼어.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는 없거든.
이라고 얘기한다.
잘 훈련된 그가 우리가 무안하지 않게 저렇게 이야기한 것은 그의 배려이고, 숨은 뜻은
아놔, 나 두 손 가득 찬 거 안 보여? 매너 없이 그 와중에 나를 부르다니. 흥칫뿡쯤 되겠다.
물론, 유럽과 다른 대륙의 식사예절, 톤 앤 매너가 다른 건 그들도 안다. 그렇지만 모르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나에게 자꾸 반말을 쓴다면 그의 무지함을 알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하거나 어색해지는 것처럼, 이들도 알면서도 바쁠 때는 짜증도 나고 동양인들의 행동에 나쁜 쪽으로 이골이 나는 수가 있다.
손님이 왕인 생각이 아직도 잔재하는 우리가 배려가 없었고, 그는 언짢음을 그 와중에 프로페셔널하게 나타냈다. 다른 이는 쌀쌀맞게 간다고, 가! 아놔.. 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종 차별이 아니다!
3. 우리 눈을 보고 말해요.
우리나라는 서비스 업종의 사람과 대화를 할 때, 그들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이것은 우리 남편도 한국에 가면 신기하다고 하는 현상이다. 다른 의미이겠지만, 어른에게도 너무 똑바로 눈을 맞추는 것보다 시선을 적당히 떨어트리는 걸 공손하다고 느끼기도 하는 문화이다.
하지만, 유럽은 다르다.
대화를 하는 상대방의 눈 이외의 곳을 응시하는 건 무례한 행위이다.
당연히, 때때로 메뉴판을 쳐다보거나 대화 주제에 필요한 어떤 곳을 가리키거나 하는 건 이해되지만 열심히 말하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것은, 나 딱히 네가 하는 말에 관심 없소.라는 바디 랭귀지이다. 싸우자는 거지.
그런 당신에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는 유러피언은 지금 인종 차별을 하는 중이 아니라, 무례한 행동을 하는 상대방에게 삐친 것이다. 흥칫뿡! 나도 관심 없거등?!
그 이외에도 뭐 하나 갖다 줄 때마다 Thank you, 시작과 마무리에는 Hello와 Good Bye 당연한, 우리 모두 유치원에서 배운 그걸 하면 이들도 당신에게 호의적일 것이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이전글,
https://brunch.co.kr/@swissajumi/41
https://brunch.co.kr/@swissajumi/28
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며, 옴마야 시간이 벌써. 난 바빠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