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이민을 가겠다고?

네 성향을 말해봐. 맞는 나라 하나 찍어줄게

by 스위스 아주미

문자 확인을 하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려는데 그걸 본 스위스인 동료가 말한다,


“어, 너 아이폰 쓰네? 한국 사람이 삼성 거 써야 하는 거 아냐? 뭐야! 쯧쯧쯧”

유럽인들도 이런 경우에 쯧쯧쯧 조선 시대 양반마냥 혀를 끌끌 찬다.


"아, 아이폰이 손에 익어서. ㅎㅎ 디자인도 예쁘고.”

"한국인들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아. Ihr seid streng!" 이라며, 자기가 아는 모든 일본인들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시작할 때도 꿋꿋이 소니 핸드폰을 쓰더니 끝까지 끝까지 버티다가 whatsapp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해진 때가 되어서야, 사회 부적응자 딱지 붙기 직전에 하나둘씩 마지못해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장만하더라는 것이다.


그렇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국을 위해 삼성을 쓰고, 현대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드문 듯하다. 새로 나온 갤럭시의 카메라 기능이 빼어나서, 제네시스가 디자인이 잘 빠져서 타는 사람은 봤어도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혹은 특정 기업에 대한 충성심으로(그 특정 기업의 고용인이 아닌 이상) 소비를 하는 경우는 글쎄? 내 주변에는 없네?


오히려 신형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애플 전당 앞에 줄 서서 기다리시는 분, K-화장품 그 위세가 당당하여 전 세계가 열광하는 이 와중에 화장품은 스위스라며 나에게 수분크림 셔틀 시키시는 분, 차는 독일이지, 가방은 프랑스..

참 한결같이 세계 최고를 찾아 글로벌 시대이니께 세계의 경제를 살리시는 분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빡센 자국민들 틈에서 기술력 하나로 글로벌 일류 기업이 된 삼성 참 대단해! 스고이!

사랑해요, LG.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본인들이 대체적으로 자국의 기업들을 지지하며 내수를 활성시키려는 기특한 생각을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그러거나 말거나 세계 1등 기업을 찾아 아무도 시키지 않은 외로운 항해를 하는 것을 나의 동료는 개인적인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 나를 향하여 혀를 끌끌 차는 것이구나.


동아시아에서 우리들끼리 한국인, 일본인 그리고 중국인들의 국민성을 들먹여가며 때로는 친하게, 때로는 아웅다웅, 마치 나의 두 딸들을 보는 것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살듯이, 유럽인들도 이웃나라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동시에 서로를 짜증내기도 해가며 살아가고 있다.


요 몇 달 사이에 남프랑스와 이태리에서의 휴가, 런던으로 간 주말여행.. 등 유럽의 몇 나라들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국경만 넘어가도 달라지는 음식, 건축양식, 특히 사람들의 태도는 언제 봐도 흥미롭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맞았어! 를 외치게 하는 내가 좋아하는 관찰 포인트이다.


그리하여, 유럽으로의 유학이나 이민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G들이 제일 잘난 줄 아는 유럽의 여러 나라 국민들 저마다의 성향을 나의 개인적인 데이터를 참고하여 비공식적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먼 나라 이웃 나라를 잇는 내 나라 네 나라 감 놔라 대추 놔라.


비즈니스계의 우스개 소리 중에 그런 말이 있다.

"디자인은 이태리인에게 맡기고 마케팅은 프랑스인에게, 제조는 독일인에게 맡긴다."


유럽을 잘 모르는 이들도, 맞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는 우스개 소리가 서유럽의 3국을 참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쌉 T, 핵노잼들의 나라 독일


하아, 애증의 독일. 나의 제3의 고향 독일

융통성이나 포장이라고는 1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날것의 나라 독일. 개인적으로 처음 유럽에 간 한국인이 적응하기에 하드코어라고 생각하는 나라이다 (그 힘든 일을 제가 해냈습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독일을 디스 하는 것 같겠지만 나는 사실 독일인들을 좋아한다.

거꾸로 얘기하면 원칙을 중시하고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위에 그런 사람 있는가?

"걔가 말은 그렇게 해도 악의는 없어."

이렇게 자꾸 변명해 줘야 될 것 같은 사람. 걔가 바로 독일인이다.


독일 말 중에 Klartext(클라텍스트)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못하는 걸로,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돌려 말하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 따위 생각하는 건 사치, 공감과 배려를 싹 뺀 사실에 입각한 대화법이다.


같은 클래쓰의 베로니카, Flatmate였던 슈테판, 등등 내 주변의 친한 독일인 모두가 나에게 귀에 피날 정도로 했던 얘기이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독일인 2명과 함께 살았던 나는 저녁 시간이면 그들과 부엌에서 마주치곤 했다. 서로 이런저런 간단한 요리를 하면서 하루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도 하고, 먼저 와서 요리한 사람이 음식을 많이 한 날이면 차려진 밥상에 포크 하나 얹어 얻어먹기도 나눠주기도 했었다.


슈테판은 샐러드를 참 잘 만들었는데, 신선한 채소들과 견과류, 또 그만의 특제 소스로 먹을 때마다

아, 이 집 샐러드 맛집일세. 내가 참 좋아했었다.


그걸 아는 그는 샐러드를 하는 날이면 방에 있는 나를 불러

"너 좀 먹을래?" 묻곤 했다.


앗싸. 내가 좋아하는 슈테판표 샐러드다. 싶은 날도 있었지만 방금 저녁을 먹었거나, 다른 일정이 있는 날도 있었다. 물어봐준 사람 성의를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먹을까? 머뭇거릴라치면,


"나영! 클라 텍스트! 먹고 싶어 아니야?"

그는 따지듯이 물었었다.

그러면 그제야 ㅋㅋ 웃으며, 나 사실은 이따가 나가서 먹기로 했어. 식의 이유를 대며 사양했었다.


그들은 나의 머뭇거림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 온 사람 성의를 생각해서, 서운해할까 봐, 상대방 번거로울까 봐..

이런 사사로운 감정은 독일인에겐 쓸데없는 시간 낭비이다.


그러니 독일인이 뭐 먹을래 권하면 예의상 한입도, 체면 차리는 사양도 하면 안 된다.

이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괜히 한 입 더 먹고 싶은데 괜찮아요, 사양했다가 밥그릇 뺏기는 꼴을 당할 수도 있다!


독일인들이 얼마나 효율을 중시하고 인간의 사사로운 감정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가의 예가 또 있다.


음악인들은 보통 연주 전에 대기실에서 연주복으로 갈아입을 일이 많은데, 오케스트라 연주가 있기라도 할 때면 나의 독일인 동료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남녀가 함께 쓰는 대기실에서 팬티만 남기고 옷을 훌렁훌렁 잘도 갈아입었다.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남자 동료가 얘기 중에 옷을 훌러덩 벗어서 멘붕이 오기도 수차례, 독일인 G들끼리는 뭐 더 가관, 앞에 누가 있거나 말거나 젊은 이고 늙은이고 동료에게 속옷 보여주기가 유행인지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처자 넘사시럽게 여기저기서 훌러덩훌러덩.


이게 얘기로 들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어도, 같은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는 동료관계라는 건 마치 차장님, 부장님 앞에서 팬티랑 브라만 남겨놓고 옷을 갈아입는 형태다. 님들 그럴 수 있는가? 저는 못하겠는디유..


그리하여 옷을 싸매 들고 화장실로 가서 갈아입노라면 나랑 같이 일하던 일본녀자 유끼짱, 캐나다에서 온 첼리스트, 양반규수출신 한국인(저요), 즉 외국에서 온 여인들이 그마저도 내외하며 등 돌리고 갈아입었더랬다.


독일인에게 환복의 필요성이 훌러덩으로 가는 데에는 0.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동료 앞에서 어떻게.. 식의 감정 소모 따위는 효율만 줄일 뿐.

주저주저할 시간에 옷 한 번이라도 더 훌러덩 갈아입자. 밑줄 쫙


독일어를 보라. 얼마나 효율적인가.

청소기는 Staubsauger, 직역하면 먼지 흡입기, 장갑은 Handschuhe, 직역하면 손 신발(!),

브래지어는 BH Büstenhalter 젖 지지대..


ㅎㅎㅎㅎㅎ


이 북한말 같기도 한 단어들을 보면서 웬만하면 덜 직관적인 단어를 만들 법도 한데,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다.


이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독일인들이 친해져 보면 바르고 우직하며 뺀질거리는 법 없이, 모든 상황에 진심인 진국이라 나는 이런 독일인들이 좋다. 특히 스위스에 와서 친해진 독일인들은 독일에서 알던 이들에서 매운맛을 뺀 맛이랄까?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 하던 꼿꼿한 그들이 외노자 신분으로 쭈글 해져있는 상황을 흥미롭게 방관하곤 한다.


옛날에 독일인 친구 여러 명한테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얘기로, 독일인 본인들도 자기들이 노잼에 멋 부리는 것에 서툴다는 것을 인지하는 데다, 결정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민족이라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어 외국에 나가면 떳떳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은 어떤 사람하고 잘 맞는가하면:


독일에 유학 혹은 이민 가는 게 잘 맞을 유형의 사람

Mbti가 T인 이공계 종사자

흰 양말에 버켄스탁 신고 싶은 사람

감정 뺀 쌈닭이 장래희망인 사람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 점원이 갑질하는 걸 즐기는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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