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여기 음식이 정말 맛있네요!

작은 표현 하나가 주는 기쁨

by 영희

아침해가 뜬다. 여기 해는 7시 30분쯤 뜬다. 겨울도 아닌데…… 말레이시아는 비슷한 경도의 태국보다 한 시간이 빠르다. 심지어 동쪽에 있는 베트남보다도 한 시간이 빠르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9시이면, 베트남은 7시이고, 베트남보다 먼 말레이시아는 8시이다. 분명 여름인데 해 뜨는 시간은 겨울이니 신기하다. 물론 여기는 적도 근처라 시간과 관계없이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다.

빌딩 숲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아침이다.

첫째는 어학원을 가고, 둘째는 튜터와 수업을 하고, 나는 책을 읽는다.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어야 하기 때문에-특히 둘째는 꼭 나를 옆에 앉혀두고 공부를 한다-둘째가 튜터와 수업을 하는 한 시간이 내가 책을 읽는 시간이다. 아! 아이들 수영할 때 선베드에서도 책을 읽는다. 그렇지만 그 시간에는 아이들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폼이다.


점심은 늘 그렇듯 학원 앞 푸드코트 안에 있는 한국음식점에서 먹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반집인데, 식판에 담은 음식으로 값을 매긴다. 보통 셋이 먹어서 50링깃이 안 되는 데다 반찬이 다양하고 맛있어서 그 집을 두고 다른 집을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 오늘은 떡볶이가 보여 반색을 한다. 게다가 상큼한 오이 무침이라니! 아들들은 치킨을 보고 얼른 집어 담는다. 맛있게 잘 먹고 돌아오는 길에 주인아주머니께 “정말 맛있어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고, 저도 맛있는 반찬 먹으니 정말 좋아요!”라고 말했더니 얼굴에 웃음이 번지신다. “어머! 정말요?! “라고 하시며…… 사실 나는 그런 말을 잘 못한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나니 아주머니도 기분이 좋으시고,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다.

그리고 최근 한 가지 버릇이 생겼다. 그랩에서 내리거나 마트 배달 기사님께 고맙다고 할 때, “땡큐”나 “뜨리마까시”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그 뒤에 “고맙습니다.”라고 붙인다. 좋은 마음을 담아 그렇게 말하면, 어떤 분은 굉장히 즐거워하시며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수줍게 웃으신다.


오늘 저녁은 어학원 옆 건물 우즈베키스탄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김치찌개 끓이는 것보다 한 끼 사 먹는 게 싸다는 판단이 들어 찾아본 식당이다. 왠지 모르지만 가기 전에 살짝 겁이 났다. 다들 러시아어를 쓰고 있진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영희 또 시작이군. 그래도 유명한 여행 크리에이터가 중앙아시아에서 맛있다며 먹던 라그만 맛이 너무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다. 나는 라그만과 빵을, 아이들은 케밥 같은 걸 시켰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고기라서 시켰다.

입에 넣으면 녹는다.

우와. 정말 맛있었다. 첫째는 “이 고기가 20링깃 밖에 안 하다니! ”라며 감탄했고, 둘째는 생양파도 남김없이 싹싹 먹었다. 우즈베키스탄 빵도 고소하고 맛있었다. 나는 빵을 먹다가 라그만에 적셔 국물까지 싹 먹어댔다. 계산을 하면서 “와우, 베리딜리셔스“라고 한다. 내가 영어를 좀 더 잘했다면 “고기가 정말 부드러워요. 라그만 국물이 끝내줘요! 고향생각나는 맛이에요”라며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었을 텐데……그것이 아쉽다. 가게를 나오면서 첫째가 웃으며 ”엄마, 원래 그런 말 안 하는데 베리 딜리셔스라고 하네요! “라고 한다. ”맛있잖아, 즐겁고 “라며 또 웃는다.


산책을 하고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사들고 집으로 간다. 길 가의 사람들은 저마다 집으로 간다. 하루를 보내며, 수줍은 미소를 지은 채.


오늘 밤 모두의 밤이 평안하기를, 미소 지으며 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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