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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기 May 02. 2024

꿈 깨고 꿈을 깨워.

꿈만 꾸어 대니? 꿈을 이루려 하니?

'아, 꿈이었어?'


 깨고 싶지 않았던, 영원히 머물고 싶었던 달콤한 꿈에서 깨버렸다. 분명 통장 잔고에 억 소리 나는 금액이 찍혀 있어서 직장에 휴직 신청서를 내네마네같은 행복한 고민을 했던 거 같은데 안타깝게도 꿈이었다. 산타클로스는 반드시 있을 거라는 정신 나간 동심이 꼬시는 바람에 혹시나 하고 스마트 뱅킹을 켠 후 용돈 계좌 잔고를 확인해 보니 쥐꼬리만한 한 달 용돈 중 그마저도 절반 이상이 어딘가로 증발해 있었다. 억은 무슨……. 


 다음 달 용돈 받는 날까진 아직 스무날이 남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곤 벌써부터 궁색한 걱정에 빠졌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범 시민마냥 월급을 펑펑 써대며 현금 유동성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경기 활성화에 적극 기여했던 지난 청춘의 나날들이 문득 그리워진다. 

출처 : 픽사베이


 꿈의 끝자락이 남긴 진하고 아쉬운 여운이 현실로의 복귀를 주저하게 했다. 촘촘하고 선명하게 맞춰져  있던 꿈의 조각들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한밤중에 몰래 찾아왔던 무의식의 달 점차 의식의 해에게 바통을 터치하고 있었다.




 혹시 이런 경험들 있지 않습니까? 잠들기 전 무언가를 간절히 그려봤는데 말도 안 되게 실제 꿈속에 짜잔, 하고 나타났던 경우 말입니다. 꿈이란 시공간 따위야 가볍게 초월해 버리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잠재된 무의식이 무궁무진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겠지요. 무의식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선 그리워하던 사람을 운명같이 만나기도 하고, 엄청난 부자가 되어 있기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순간 이동을 통해 정말 가 보고 싶었던 곳을 여행하는 것 가능합니다. 무의식은 도통 눈에 띄진 않지만 참 매력적인 녀석입니다.


 물론 잠이 깨버린 순간, 꿈만 같던 허무함이 밀려들며 지난밤의 꿈은 무방비 상태로 뙤약볕에 노출된 가녀린 물기처럼 금방 사그라들고 말지, 꾸고 싶었던 꿈을 꾼다는 것은 정말 환상적인 일입니다.

출처 : 픽사베이

 잠들기 전 찰나의 순간에 그린 간절함 무의식이 직접 나서서 꿈으로 이루어주는데 하물며 깨어 있는 순간에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의식이 그려나가는 간절함은 그 힘이 얼마나 강하겠습니까?


 우린 무의식이 거짓으로 창조해 낸 꿈 속에 쿨쿨 머물기보다 뚜렷한 의식이 창조해 내는 찬란한 꿈의 황토를 뻘뻘 일구어 나가야 합니다. 무의식이 만들어 낸 일장춘몽에서 깨어나고 의식이 원하는 진짜 꿈을 깨워나가야 합니다. 의식과 무의식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의식의 우위로 점차 전세가 바뀌는 순간, 무의식도 의식에 편승하여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합니다. 당신의 꿈을 극적으로 당선시켜 줄 일종의 거대 의식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꿈 깨고 꿈을 깨울 시간이야. 꿈이 있는 척, 꿈꾸는 척 좀 하지 마. 솔직히 뭔가를 간절히 꿈꿔 본 적도 없잖아. 언제까지 꿈의 쳇바퀴만 의미 없이 돌려댈 거니?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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