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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enigma
Dec 28. 2024
왼손으로 쓴, 나만의 질서
나다움과 흔적이 시사하는 것들
사실 나는 글씨체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해질 만큼의 축적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내 글씨는 어떤 틀에 갇히지 않았다. 나는 내 손끝으로 그 자유를 쥐고 있었다.
손에 힘을 빼고 적어 내려갈 때는, 악필을 넘어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할 때도 존재한다.
때로는 귀여운 척을 하고 싶어 자음을 크게 적기도 했다.
글씨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시간을 담아낸 흔적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이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했다. 그리고 지금이 되었다.
나는 세상만사를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어, 글씨를 자주 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글씨가 점점 정돈되어 갔다.
나는 왼손으로 글씨를 쓰기 때문에, 제약도 있고 무언가를 적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내려쓰는 오른손잡이의 규칙에 적용했다.
어지러운 선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틈 사이에 내 마음의 흔적이 스며들었다.
글씨를 쓸 때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꿈꾸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 같았다.
글씨 하나하나에 내 마음이 투영되어, 나만의 흔적이 그려지고 있었다.
글씨는 나의 모습, 나의 생각, 나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나의 글씨를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매번, 그 안에 조금 더 나다운 나를 담으려 노력한다.
미완성이지만, 지금의 나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흔적이니까, 더욱 단단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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