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삶의 방식-
나는 낙관주의자다. 흔히 말하는 발작버튼이 있긴 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 어지간한 일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럴 수 있지' 마인드가 몸속 깊숙이 심어져 있다. 때문에 일이 꼬여서 감정소모든 금전적, 시간적 손실이 생겨서 순간 짜증이 나더라도 금방 풀어진다. 낙관주의라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는 이야기 못하겠지만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니, 이미 벌어진 일에는 어쩌면 나보다 더 침착하고 미련을 갖지 않는다. 오직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할까에 집중한다.
예를 들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신혼여행에서 구매한 프라다 지갑을 내가 잃어버렸다.
나와 아내 모두 명품에는 전혀 관심은 없지만, 이탈리아 여행 중 쇼핑센터에서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프라다 지갑을 구매했다. 한국보다는 저렴한 가격이긴 했지만 나처럼 명품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큰 금액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낙천적인 나조차도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심란해졌다. 아내에게 혼날 생각에 걱정도 됐다.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실토했다. 그런데 아내는 전혀 나를 나무라지 않고, 이미 잃어버린 거니까 어쩔 수 없다며 일단 카드부터 정지하라고 했다.
사실 화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말해준 아내가 고마웠다. 결과적으론 차 시트밑에 떨어져 있어서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다.
그런가 하면, 나와는 조금 다른 아내의 모습도 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서 남들보다 많은 걱정을 안고 산다. 물론 아내의 이러한 성향 덕분에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긴 하다. 하지만 그만큼 남들보다 예민한 상태로 살아간다.
처음에는 아내의 이런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고 때로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내를 조금 더 알아갔고 그제야 아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내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아내는 똑똑하고 현명하지만 어떠한 일에 변수가 생기면 그것에 대처를 할 때, 비장애인들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아내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대처 방법을 미리 고민해 둔다. 아마도 많은 경험들로 인해 이런 습관이 생겼을 거다. 그 경험들 중에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나 무지함으로 받은 상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나서는 아내의 미리 걱정하는 모습을 답답한 마음으로 보는 것이 아닌, 자신만에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결혼이라는 것은 나와 다른 부모에게 다른 환경에서 다른 교육을 받은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빨래나 양말정리 같은 사소한 일부터, 아내의 미리 걱정하는 삶의 방식까지 서로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그 사람의 상처를 찾아보자, 그러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