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픔, 너의 아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밸런스게임을 종종 하곤 한다.
하나의 질문에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게임이다.
'짜장면 vs 짬뽕'처럼 선호하는 음식을 고르는 단순한 주제부터,
때때로는 조금 더 무겁고 진지한 주제들도 튀어나온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질문이 하나 있다.
"내가 먼저 죽기 vs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죽기"
그 당시엔 그냥 재미로 하는 게임이었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 사람이 없는 슬픔을 견딜 수 없어요. 제가 먼저 죽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후로 저 주제는 잊고 지냈지만,
종종 문득 떠오를 때마다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처음엔 단순히 아내가 없는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내가 먼저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내와 함께 살아가면서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 그녀가 얼마나 불편하고 외롭고 두려울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 후로 나는 내가 아내보다 조금이나마 오래 살고 싶어졌다. 아내가 떠났을 때 쓸쓸하지 않게 마음껏 슬퍼해주고 그 사람을 추억하며 남은 인생을 살다가 떠나고 싶다.
이 글을 쓰며 아내에게도 물어보았다.
"내가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아니면 당신이 오래 살면 좋겠어?" 아내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내가 먼저 죽으면 당신이 질질 짤거 아니까, 내가 더 오래살고 싶어"
사랑이란 나의 아픔보다, 상대방의 아픔이 더 중요해 지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