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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두 달 전, 목발신세를 지며 느낀 것

-건강한 사람과 몸이 불편한 사람의 하루는 절대 같을 수 없다-

by 용기

교통사고로 주짓수를 그만둔 뒤,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운동이라곤 전혀 하지 않았고, 그 사이 체중은 불어났으며, 삶은 점점 무기력해졌다.

‘무언가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예전의 그 활기가 그리워졌다.

그렇게 다시 몸을 움직이기로 결심했고,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를 설득했다. “절대 다치지 않는 조건”을 내걸고, 레슬링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온몸을 써서 땀을 흘리니 정말 재미있었다. 잊고 있던 생기와 활력이 돌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시작한 지 4개월쯤 되었을 때 사고가 터졌다.

발목 인대 두 곳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인생 처음으로 목발을 짚게 된 건, 결혼식을 두 달 앞둔 시점이었다.

다친 발을 땅에 디디지만 않으면 통증은 거의 없었지만, 그 외 모든 것이 불편했다. 차라리 팔을 다쳤더라면 한쪽 팔만 불편했을 텐데, 다리를 다치고 나니 목발을 짚느라 양손까지 자유롭지 않았다.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몸의 균형이 무너진다는 건, 단순히 한 부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목발을 짚고 다니며 몇 가지 느낀 게 있다.


계단, 언덕길, 문턱 하나가 그렇게 큰 벽이 될 줄은 몰랐다. 병원에 가는 길도, 잠깐 외출하는 일도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고, 등에 땀이 흘렀다. 밥상을 차리는 일조차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익숙했던 사소한 일상이 낯설고 버거워졌다.


그제야,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건강한 사람과 몸이 불편한 사람의 하루는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같은 24시간이라 해도, 삶을 살아가는 속도와 깊이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면서 문득, 눈이 불편한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그녀는 늘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고, 누구보다 신중하게 하루를 살아간다. 그 모습이 이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는 고작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목발에 의지해 지냈을 뿐이지만, 그녀는 평생을 미약한 시력 안에서 살아온 것이다.


발목이 회복되면서 불편함은 점점 사라졌지만, 그 시간은 내게 큰 흔적을 남겼다. 그 뒤로 나는 결심했다. 그녀가 하고 싶어 하는 일, 가고 싶어 하는 곳, 느끼고 싶어 하는 것들을 가능한 많이 함께하자고. 짧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더 길고 따뜻한 기억을 선물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보는 세상이 전부 다 밝지는 않겠지만, 그 하루하루만큼은 함께 웃고 싶다. 그리고 그 웃음이, 그녀의 하루를 조금 더 길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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