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눈이 보이는 꿈
-여자친구의 소망, 나의 소망-
시각장애를 가진 나의 여자친구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고 실제로 되든 안되든 도전을 해본다. 베이커리부터 해서 마라톤, 폴댄스, 볼링, 배드민턴 최근에는 클라이밍까지도 도전을 했었다. 결과가 좋았던 것도 있고,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도 많았다. 이런 여자친구에게 눈이 보인 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한적 있다. 여자친구는 이렇게 답했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싶어. 너무 재밌을 거 같아" 비장애인들에게는 정말 사소하고 쉬운 일이지만, 여자친구에게는 어쩌면 소망인 것이다.
얼마 전, 새벽에 잠에서 깨고 방금 꾸었던 꿈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꿈속의 여자친구와 나는 돌부리가 가득하고 숲이 웅창 한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평소 눈이 불편한 여자친구와 빠르게 달리는 일이 거의 없어서 이런 꿈을 꾸었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꿈속에서 여자친구의 행복한 표정이 사진으로 찍은 듯 뚜렷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여자친구가 만약 눈이 잘 보였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흘린 눈물이었다.
만약 여자친구에게 나의 한쪽 눈을 줄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산이나 높은 건물에서 보이는 멋진 풍경을 함께 보고 그것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나의 소망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대신에 내가 여자친구의 옆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준다면 멋진 풍경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