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는 것과 다름을 아는 것
어느덧 아내와 결혼한 지 1주년이 다가온다.
1년 반의 연애와 1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어찌 하하 호호 웃는 날만 있었을까. 둘이서 떠들썩하게 웃던 날도 있었고, 함께 울었던 날도 있었으며, 때로는 다투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실타래가 엉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뜯어져 버린 실타래를 어떻게 다시 매듭짓느냐이다. 이는 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고, 그 관계들 속에서 크고 작은 트러블을 겪으며 피로감을 느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내가 걔를 이해해 보려고 한참 생각했거든? 그런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더라.”
인간관계에서 이해는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대를 이해함으로써 갈등이 풀리고, 자연스럽게 용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다른 부모에게, 다른 방식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도,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모든 가치관이 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고, 때로는 관계를 갈등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해되지 않는 문제를 계속해서 이해하려 애쓰는 이유는, 그 사람의 행동 어딘가에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유를 찾게 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남는 것은 커져가는 원망과 미움뿐이다. 그 결과, 사소한 다툼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일마저 점점 더 크게 번져간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이해가 아니라 존중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관의 차이로 생기는 갈등도, 상대의 실수로 인해 실망하는 순간도 우리의 삶에서는 수도 없이 반복된다. 그때마다 모든 관계에서 이해만을 요구한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인간관계는 사소한 말꼬리를 붙잡고 끝없이 싸우는 유튜브 댓글창처럼 변해버릴 것이다.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