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 브런치북을 처음 시작할 때 곁에 있던 사람은 여자친구였고, 지금은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어제는 우리의 결혼 1주년이었다.
시각장애가 있는 반려자와 산다는 일은 늘 무언가를 극복해야 하고, 불편함으로 가득할 거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평범한 하루의 반복이다.
함께 길을 걷고, 밥을 먹고, 집에 돌아온다. 피곤하다고 말하고, 아무 말 없이 쉬기도 한다.
굳이 다른 커플과의 차이를 찾자면, 아내와 함께 걸을 때는 주변의 장애물이나 턱을 말로 알려주고, 다른 사람과 걸을 때보다 보행에 조금 더 신경을 쓴다는 점이다. 길을 찾는 일은 늘 나의 담당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너무나 소소한 일들이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배가 아플 만큼 웃긴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내가 아내에게 도움을 받고 의지하는 순간이 훨씬 더 많다. 워낙 덤벙거리고 허술한 편인 나와 달리, 아내는 꼼꼼하고 여러 변수를 미리 생각하는 사람이라 일상 속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것이 우리 부부의 평범한 하루의 모습이다. 아마 다른 부부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만의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 하루들이 모여 각자의 삶이 되고, 관계가 되고, 시간이 쌓여간다.
이 브런치북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우리의 평범한 하루하루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