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아직 미성숙한 나의 연애 이야기
회피형? 그게 뭐야?
아마 회피형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독자님들이 많은 것이다. 나도 회피형이라는 단어를 지금 여자친구를 만나고 처음 알았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에게는 애착유형이라는 것이 있다. 애착유형은 보통 어린 시절 가족들과의 관계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보통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으로 나누어지고 연애 스타일에 크게 나타난다. 세 가지 유형 중에 회피형은 가장 어렵고 심오한 애착유형이다.
내가 처음 회피형이라는 애착유형을 알게 된 것은 지금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이다. 이별 후 내가 왜 헤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나는 인터넷과 책들을 많이 찾아보다 나처럼 이별을 겪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피형을 쉽게 정리하면 갈등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연애를 비롯하여 살아가다 보면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갈등이 일어난다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상대방과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회피형인 사람들은 갈등이 일어나며 갈등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주변 사람들은 나의 연애를 부러워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싸우지 않는 커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예쁘게 잘 연애하고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나도 그리고 내 여자친구도 가끔은 서로에게 불만이 있다. 나는 보통 불만을 이야기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자친구는 불만을 참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잘 싸우지 않는다. 내가 불만을 이야기하면 여자친구는 미안하는 말로 상황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사과는 받지만 사실 여자친구와 내 사이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는다.
가끔은 우리가 자주 싸우는 커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우리 사이에 문제가 있어도 이야기하지 않는 여자친구 때문에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다. 말은 하지 않아도 문제가 있을 때는 여자친구의 표정이나 말로 그것들이 느껴졌다. 하지만 물어봐도 그녀는 괜찮다는 이야기만 내게 해주었다.
학기 중에 그녀는 알바와 동아리 활동으로 나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녀는 많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번 방학이 더 기다려졌다. 방학에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그녀는 너무 바빴다.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본가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회피형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내가 가까워지려 하면 멀어지고 멀어지려 하면 가까워진다는 것이었다. 다시 만나고는 여자친구가 나를 더 좋아했고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시간이 많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내가 여자친구를 보고 싶어 할 때에는 여자친구는 여러 이유를 말하며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혼자 있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렇다고 여자친구가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어려웠다.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데 왜 같이 있을 수 없을까?
회피형들에게는 동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동굴은 혼자 있는 시간을 말한다. 연인 사이에 갈등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혼자 있으면서 쉬어가는 것을 말한다. 처음 그녀와 연애하면서 나는 이것을 이해해주지 못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그녀와 만나다 보니 그녀에 대해 이제는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이런 그녀가 나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녀는 그냥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동굴 밖으로 나오기까지 그냥 참고 기다려주려고 한다. 연락이 되지 않아도 만나주지 않아도. 성숙한 연애란 무엇일까? 내가 지금 잘 연애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그녀는 내 삶에 너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배려해 주자. 언젠가 그녀도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하는 날이 올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