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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와 알렉산더 Jul 18. 2024

낙엽

스물아홉 번째

우리 엄마가

그토록 푸르다고 찬양했던

청춘의 잎들

언젠가는 낙엽이 되어 쌓이겠죠


회상의 갈퀴로

낙엽을 모아서

장년의 벽난로에 넣고

나는 타오르는 한때의 젊음을

때로는 미소를 지으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오래오래 바라보겠죠


나는 회한의 재를 손에 움켜쥐고 울게 될까요

아니면 찬란한 사리를 모아서

청춘에게 봉헌하는 사찰을 짓게 될까요


짓다


청춘 이후에 나는 무엇을 짓고 있을까요


청춘의 낙엽을 모아 허무의 집을 짓고 있을까요

세상에게 들려줄 노래를 짓고 있을까요

이 도시를 떠나 농사를 짓고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있을까요

내 딸의 이름을 짓고 있을까요

고독의 저녁을 짓고 있을까요

누군가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짓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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