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2)
렌즈 밑에서 말라가는 내 눈깔들처럼
진녹색 냉담 밑에서 내 젊음들이 말라갑니다
퇴근하면
렌즈만 빼고 바로 낙타를 그립니다
낙타는 나약합니다
낙타는 억울합니다
낙타는 바보라서 한 마디도 못 합니다
낙타는 장마철 빨래처럼 울상입니다
나는 그려진 낙타를 보며 욕을 합니다
낙타 그림은 찢겨집니다
니체가 낙타를 한심하게 생각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자화상은 버려집니다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 상상을 하며 샤워를 합니다
몸을 닦으며 욕실 밖으로 나오면 전신거울이 있습니다
낙타의 나체가 그로테스크합니다
오늘은 혹이 더 커졌습니다
담배를 끊으려고 니코틴 패치를 붙입니다
니코틴 패치를 붙이면 꼭 악몽을 꿉니다
보건소에서도 경고했습니다
꿈 속에서 무화과가 썩어 갑니다
썩어 가는 무화과를 베어 물며
낙타들이 장송곡을 부릅니다
왜 악몽에 항상 험프리 보가트가 등장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어나면
세수만 하고 바로 욕조를 그립니다
짐 모리슨이 누워 있던 파리의 욕조
장 폴 마라가 누워 있던 파리의 욕조
그려진 욕조마다 어린 아이가 태어날 겁니다
험프리 보가트가 말합니다
트렌치 코트를 입고 담배를 피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