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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임 Mar 25. 2024

철학하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

철학을 고등교육기관에서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첫 강의가 너무 기대되어 잠은 못 잘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경험한 철학은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이나 짜릿했다. 서양고대철학 수업이었다. 교수님께서는 물었다. “허공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누군가가 대답했다. “비어있다는 뜻이요!” “그렇다면 이 교실에 사람이 없다면 허공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아뇨, 책상이랑 의자가 있으니까요?” “그럼 모든 물체를 다 빼면 허공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럴 수 있겠죠?” 그러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공간에는 가장 작은 입자들이 있어요. 지금은 쿼크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게 본다면 세상에는 허공이 없다고 할 수 있어요.”   

   

누군가는 오글거린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마를 탁 쳤다. 멋있다. 철학 끝내준다. 그 후로도 많은 철학과 수업은 토론을 통해 진행이 되었다. 예를 들어, 밥에 계란을 올리고 간장을 뿌리면 간장계란밥이 된다는 사실은 나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다가와 계란의 함량이 더 높으니 이것은 간장계란밥이 아니라 계란간장밥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황당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밥에 올린 계란의 비율 때문에 이름까지 바뀌어야 하는가? 하지만 그 말도 일리가 있기에 내가 처음 얻게 되었으며 철학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제일 잘 배운 한 가지는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일들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자명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자명이라는 것에서부터 이미 거짓에 대해 의심이 없으나) 의심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철학을 하다 보면 내가 틀릴 수 있고 너도 틀릴 수 있다. 그러니 우리 함께 최상의 답을 얻기 위해 객관적인 근거를 찾아보자가 된다. 

     

철학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가르쳐준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방식은 마치 깨진 달걀처럼, 산산조각 나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철학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진실을 찾아 나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철학은 불편부당하고 영원한 토대를 마련해서 각자의 역할을 지정하는 심판자가 아니라, 누구든 어떤 학문이든 틀릴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 다른 학문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리가 되었다.  

    

다음번에 밥에 계란을 올려 간장을 뿌릴 때, 잠깐 생각해 보자. 이것은 간장계란밥일까, 아니면 계란간장밥일까? 철학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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