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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임 Apr 08. 2024

철학은 질문하기

대학 졸업을 위해 필수 교양과목을 수강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고, 사이버 세계와 관련된 교양과목에 흥미를 느껴 수강하게 되었다. 나는 수업 내용을 들으면서 궁금한 점들을 꼼꼼하게 노트에 적어갔다. 그리고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교수님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드렸다. "사이버 세계에서의 존재는 현실 세계에서의 존재와 어떻게 다르며, 그 차이를 결정짓는 경계는 무엇인가요?"     


하지만 교수님의 반응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교수님은 잠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시고는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곧이어 시험에는 나오지 않을 내용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하셨다. 나는 답답함과 불쾌감을 느꼈지만, 아무 말하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철학이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철학은 단순히 시험에서 나오는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것. 철학과 시험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철학과 시험은 많은 학생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존재이다. 복잡한 개념과 낯선 사상들은 마치 난해한 암호처럼 다가오며, 시험은 그 암호를 해독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철학과 시험은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고 재현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의 생각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배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펼치는 것이다. 칸트를 배우면 칸트의 철학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제시하고, 맹자를 배우면 맹자의 사상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 관점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고학년이 될수록 단순한 질문에도 심층적인 답변을 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철학적 사고의 발전을 의미한다. (oo에 대해 논하시오. 가 제일 많은 시험 유형이다!)      


철학과 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족보가 아니다. 철학자의 삶과 업적을 암기하는 것보다, 그의 사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펼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나의 생각'이란 결국 '질문'을 의미한다. 다른 학자들의 해석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기존의 사고방식에 도전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철학적 사유의 핵심이다. 틀린 대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철학과 시험은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결코 결과물이 아니다.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철학적 사유의 즐거움을 경험하길 바란다. 철학은 질문하기니까! (물론, 고학년이 될수록 간단한 한 문장에도 B4 사이즈의 종이 양면만큼 대답할 수 있게 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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