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임 Apr 15. 2024

대머리들은 다 천재다.

대학교 캠퍼스, 어두운 밤. 석양의 마지막 빛을 머금은 탄산음료를 든 채, 지식에 목말라 있던 젊은 철학도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지성의 물결은 마치 거센 파도처럼, 밤하늘을 뒤흔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주제는 바로 "대머리들은 모두 천재다"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이었다.


"정말, 모든 대머리들이 천재야! 내가 본 대머리들은 모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어." 이 주장을 펼친 철학도 A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눈빛에서는 마치 자신이 세상의 진리를 발견한 듯한 열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A의 주장은 귀납법이라는 논리적 도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모든 대머리들이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모든 대머리들이 천재라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은 대부분 대머리였으며, 이는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철학도도 있었다. 바로 나! 내가 그 황당한 주장을 듣고 제일 먼저 한 말이 무엇이었을까? 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선천적으로 대머리로 태어난 사람들과 후천적으로 머리가 빠진 사람들은 모두 같은 범주에 속하는 걸까?"


나의 질문은 A의 주장에 치명적인 균열을 만들어냈다. 만약 선천적 대머리만이 천재의 증표라고 한다면, 후천적으로 머리가 빠진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혹시 후천적 대머리는 천재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일까?


자신이 목격한 대머리들이 모두 천재였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그것은 이유의 제시, 공정성, 보편화 가능성의 세 가지 기준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취향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날 뿐, 그 이유를 제시하기 어렵다. 대머리가 천재라는 주장은 주관적인 판단이며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다. 


반면, 철학적 근거는 보편성과 공정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보편성이란 제시된 이유가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공정성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특별한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대머리가 천재라는 주장은 철학적 근거가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대머리와 천재의 연관성은 농후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논리적 필연성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 일상에서 무언가 주장을 할 때, 생각해 보자. 나는 철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가? 



이전 07화 철학은 질문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