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리즈 Jan 27. 2024

마라톤은 30k부터 시작이다.

서울하늘에서 만난 비와 당신의 이야기
종아리의 불평은 주변의 응원과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그 통증의 아우성은 작아졌다. 매 7k마다 higefive 카페인 에너지젤을 섭취해 주었다. 예전에는 8.5k에서 섭취를 했었는데, 모든 사람의 신체구조와 상황이 다르고 매번 퍼짐을 경험하다 보니 사전 30km 훈련 시 섭취시간을 당겨보았더니 효과가 있어서 요즘에는 7k마다 섭취를 해주었다. 이번에 준비한 에너지젤은 총 4개 부족한 2개는 하프지점에서 나눠주는 아미노샷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흥인지문을 지나, 신답역으로 지나가는 길목에서 하늘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곧 비가 올 것 직감하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검푸른 아스팔트 바닥에 크고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내었다. 조금이나마 물이 적게 들어오게 하기 위해 목포의 마라톤전설 황서브님께서 알려주신 신발테이핑 꿀팁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신발로 둘러싸인 내 발은 심해 깊은 곳으로 추락하는 타이타닉호처럼 서서히 젖어갔다. 하늘에서 내린 비는, 긴 모자창을 피해 얼굴을 때렸다. 오랜만에 비오늘날 뛰다 보니 교복 입고 폭우 속을 질주 하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이 나서 즐거웠다. 비가 내리는 동안은 왠지 모르게 큰 기억이 없고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마라톤을 대하는 시민의 자세
주변에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생전에 처음 본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그들을 이 자리에 오게 만들었을까? 마라톤이라는 운동이 참으로 오묘한 운동임을 느낀다. 반대로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횡단보도를 지날 때면 건너지 못하게 막는 경찰들과 잽싸게 지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신경전이 재밌는 모습이기도 하였다.
우리가 뛰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5k를 지나 아차산 언덕을 지나가고 있었다. 도로의 한편 라바콘으로 쭉 이어져 있었고 아차산 언덕에서 바라보니, 길게 늘어선 마라토너들이 또다시 장관을 연출하였다. 때로는 출렁이는 바다의 물결 같았고, 먼 길 전쟁을 떠나는 군인의 무리들 같아 보였다.
 
내리막길을 속도를 내어 달리는 마라토너들과는 반대로 교통체증 때문에 옆 차선의 차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였다. 앞에서 벤츠 S 클래스 아저씨가 창문을 내리더니 지나가는 러너들에게 소리를 친다. “ 야이 쌍 X들아! 운동을 하려면 경기도 외곽에서 하지 서울 한복판에서 뭐 하는 짓거리야?”라며 욕을 하였다. 코로나19와 기안 84 및 유명인들의 마라톤 참여로 예전에 비해 인식과 위상은 높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한 시민성이 아쉬울 뿐이다.
 
 
그분이 오셨다. 주님 말고 쥐님
우중주에도 불구하고 큰 페이스저하 없이 목표를 향해 뛰었다. 내심, 이대로 가면 330은 어렵더라도. 335는 충분했다. 그것도 잠시 약 한 시간가량 비를 맞으며 뛰었더니 어깨는 서서히 굳어갔고 젖은 신발과 무릎은 무거워졌다. 설상가상 오른쪽 장요근에서도 통증이 시작되었다. 왼 무릎 뒤 근육들이 서서히 이격이 넓어지며 따로 노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그분이 오셨구나 했다. 나는 홀로 주문을 외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몸도 나에게 말을 했다. “주인님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전 02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