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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즈 Jan 20. 2024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다.

JTBC풀마라톤 도전기


 □ 출발 ~ 15KM

이번 대회의 목표는 330(평균 502 페이스) 지난 동아마라톤은 나의 달리기 실력을 알고 겸손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목표는 330이었다. 초반 오버페이스와 소변, 29km에 쥐가 나기 시작하게 되어 간신히 Sub4(357)를 턱걸이로 하였다. 그때는 첫 풀이다 보니 대회전 소변, 음식, 초반페이스 모두 다 무너져버렸다. 이번에는 그때의 과오를 잊고 재도약을 하기 위해 많은 시뮬레이션을 하였다. 다양한 유튜브 영상을 보며, 페이스를 넉넉하게 가져가고 후반에 455까지 올려서 경기를 마무리 짓는 상상을 자주 하였다.


딸이 적어준, 목표 성공! 330 배번!


계획은 이랬다.

우선, 초반 페이스는 505로 5km 언덕이 있는 13km까지 500 그 이후 455 계획은 완벽했다. 새벽에 내렸던 비는 이내 시원한 바람이 불어 뛰기에 좋은 노면이 되었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14도의 가을날씨 마포역을 지나, 망원역, 양화대교에 오를 때까지는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양화대교에 오르니 시원한 한강바람이 불어왔다. 수많은 러닝크루들이 흔드는 깃발들이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잔다르크의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혁명 잔다르크는 계급과 계층의 구분 없이 중절모를 쓴 신사도, 도시의 공장 노동자도 동일한 삶이라며 투쟁한 것처럼. 마라톤 주로 아래서 재산, 직업, 권력, 모든 것 앞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함을 느꼈다.



2023 JTBC 마라톤 코스

내가 마라톤이 아니면 언제 양화대교 위를 달려볼 수 있을까? 기쁜 생각도 잠시 방광이 서서히 차서 또 소변이 마려웠다. 대회 전 2번이나 화장실을 다녀온 내가 당황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아마라톤 때도 긴장과, 수분섭취로 인해서 소변이 마려워 5km까지 반 송장이 되어 달려 화장실을 찾아 해 맺던 기억이 있었다. 결국 주로에 있는 파출소에서 간신히 해결은 했지만 지옥 같은 5km였다. 


지난 동아마라톤의 트라우마가 서서히 다가왔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대회 책자에서도 당산역을 5km에 분명히 화장실이 있다고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결국 7.5km 부근 KBS정문쯤 지나 개나리화장실을 찾아 사색이 된 얼굴로 들어섰다. 허리밴드는 에너지젤 때문에 바지가 내려가지 않게 꽉 조여놨는데, 급하다 보니 쉽게 풀리지 않았다. 거의 절정의 상황까지 맞닥뜨리게 되었다. "일촉즉발" 화장실에 들어섰지만, 바로 해결은 하지 못했다. 모든 소변기가 꽉 차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히 한 사람이 나왔다. 급한 마음에 그곳에 섰는데, 이게 웬걸 어린이 소변기이다.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어서 변기 사이즈에 맞게 기마자세를 하며 일을 치렀다. 황홀함도 잠시 갑작스러운 기마자세 소변에 뭔가 다리가 굳는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화장실을 뒤로하고 떠났다.


페이스를 다시 찾다.

초반 10k를 51:26에 통과하였다. 화장실에서 소비한 2분을 포함하면 나쁘지 않은 페이스라고 생각했다. 심박은 150,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12km에 만난 업힐도 지난여름 초당산과 부주산에서 쏟아부었던 땀에 보답하듯 바닥을 탕탕치며 페이스의 큰 저하 없이 넘어섰다. 그래, 이대로 페이스만 조금씩 올리면 이번에는 꼭 330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종아리의 불평

15k까지 누적기록 1:16:56 (평균페이스 5:07) 이 넘어섰다. 그 무렵 예상치 않은 신호가 종아리에서 감지되었다. 종아리가 나에게 말하듯 "좀만 더 빨리 가면 제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내 생각도 좀 해주세요"하는 듯했다. 이제야 페이스 좀 올려보려고 했더니 믿고 있던 종아리에게 투정을 듣자니, 그간 준비해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만 같았다.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연습이 잘못된 것일까? 화장실 기마자세가 무리가 되었나? 나는 마라톤 재능이 없는 것일까? 별별 생각이 들었다. 종아리에 집중하다 보니, 좀 더 아려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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