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것 같지만 모두 한마음이다.
‘내 아이가 영어로 스트레스받지 않기를..
‘혹은 ’ 영어를 문화로 체득하기를..’
필자 역시 다른 브런치에 썼듯 딸 둘 모두 영어유치원을 보냈다.
https://brunch.co.kr/@052005602ea6480/33
첫째를 영어유치원에 처음 보내고 놀란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영어유치원 입학 테스트에 놀랐다.
물론 높은 원비에도 놀랐지만,
그 비용에도 불구하고 무슨 간택받듯
5~6세 아이들이 시험을 보고 통과해야
입학을 할 수 있다.
학원을 내 돈 내고 내 맘대로 못 보낸다는
사교육 시장의 첫 입성인 것이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도 엄마들은
당연하다는 듯 아니 치열한 경쟁을 하여
아이를 입학시킨다.
이렇게 하여 입학을 하면
아이 입학식 때 두 번째 놀라는 일이 벌어진다.
엄마들이 정말 하. 나. 같. 이. 모두 예쁘다.
가끔 연예인을 보는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엄마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착각을 느낀다.
백화점 명품관을 왔나? 하는.. 하나 같이 들고 온
백들은 E사와 C사의 브랜드들로
심지어 같은 백도 보인다.
다음날 친구가 놀러 왔다.
”숙아~! 여기 엄마들은 왜 이렇게 예쁜 거야?
안 그래도 늙은 엄마인데..
나 기죽어서 애 픽업 못 갈 거 같아.
아니 무슨 이 학원은 엄마들 얼굴 보고 뽑나?
연예인 같은 엄마들도 있다니까..? “
친구에게 놀란 토끼눈을 하고 얘기하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딩크족이 된 친구의 쿨한 대답은
”야~ 장난하냐? 원래 있는 놈들이 예쁜 여자랑
결혼하는 거야. 왜 이래? 경제의 원리 몰라? “
물론 친구의 말을 못 알아듣는 건 아니지만..
그녀들과 가까워지고 친해질수록
그 ‘경제의 원리‘ 안의 속내를 알 수 있었다.
모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사연 없는 집은 역시나 존재하지 않았다.
이 커뮤니티 역시 사회였으며
다양한 부류가 존재하였다.
그리고 아이 교육에 있어서는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카더라를 맹신하며 이 엄마 저 엄마의 말에
흔들이는 팔랑귀 엄마부터
웬만한 얘기에는 흔들리지 않고
마이 웨이를 가는 엄마,
단단한 내공으로 교류를 거의 하지 않는
전문직 엄마들까지 다양한 스타일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이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모두가 처음 사는 인생에서
부모 역할이 처음이라는 걸 증명하듯.
영어유치원은 보통 2시 반에 하원을 한다.
그러나 영어 유치원을 마치고 3시에 집으로 하원하는 아이들은 10%가 안 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이건 학군지의 동네 놀이터만 봐도 알 수 있다.
3시에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정말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3시는 모든 학원에서 골든 타임이다.
그나마 5시가 넘어야 한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걸 보면
세상 모든 엄마들이
모두 다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은..
이건 정말 대. 단. 한. 착각이었다.
확실한 건
영유 엄마들이 일유(일반 유치원) 엄마들보다
보이는 것에 예민하다는 것은
아마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사실이리라.
단편적인 면을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엄마손에 이끌려 가는 아이의 눈에서
외로움을 본다.
‘나 가기 싫은데..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는 엄마.
이 엄마가 나를 먹이고 재우고 입히지..
그래.. 때를 써봐야 소용이 없었지..‘
아이의 속마음이 눈에서 읽히는 듯.. 느껴진다.
그리고 더 더 빨라진 조기 교육.
맘카페 엄마들 사이에 재밌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쌍한 아이들이
누군지 아냐고.
그건 고3 수험생도 아닌 고아원 아이들도 아닌
‘목동 7세’라는 것이다.
초등 영어학원 반배정을 위해
’SR점수‘ 올리기를 위한 분투가
감히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들이 많다.
물론 내 아이 교육에
그 누구도 돌을 던질 수는 없다.
다만..
그 수위가 밤 11시 12시를 넘긴다고 한다.
‘설마.. 말도 안 돼.’라고 하겠지만
아이를 그렇게 시키고 후회하는 엄마들을 봤다.
7세 늦게까지 하는 공부는 세 가지이다.
파닉스 혹은 SR 그도 아니면 초등수학.
7세에 천재가 아닌 이상
영어를 잘할 수가 없다.
커뮤니티(community)를 한글로 이해하지 못하고,
권리(right)를 한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이런 단어가 영어로 나오면..?
파닉스!
그것 역시 롱바울 숏바울을 밤늦게까지
공부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것도 7세에~
어느 의사 엄마가 말하길..
일찍 공부시켜 될 것 같으면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시켰을걸요?
하며 어릴 때는 예체능만 시키는 엄마도 보았다.
이 엄마의 주장에 따르면
공부를 안 시킬 것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시킬 것이지만
때에 맞게 해야 효율적이고 장기전이 가능하다며
초1 때까지는 수학학원을 보내지 않았다.
깔끔한 외모에 귀티 나는 복장을 한 아이들.
그 아이들의 눈빛에서 가끔 외로운 눈빛을 본다.
아직 아이임에도 하기 싫은 것을
긴 시간 동안 참고 견디며 생기는
쓸쓸함이 묻어난다고 해야 할까?
세상을 다 가진 듯 잠깐씩 뛰어노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엄마들 무리에 끼어본다.
‘빨리 꼬셔서 학원 데리고 가야 하는데..’,
‘미끄럼 타면 엉덩이 시커메져서 옷 빨기 힘든데..’,
‘노는 거 습관 되면 안 된다던데..’,
‘여기서 노는 거 싫은데.. 주말에 키즈카페 가자고 할까?’,
‘빨리 가서 문제집 풀려야 하는데..’, 등..
이런 생각을 가진 엄마들이 더 많게 느껴졌다.
마음대로 뛰어노는 자율성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는 생각보다,
아이를 깨끗하게 입히고
또 그 옷을 세탁하는 걱정이 먼저인
엄마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엄마들은
자신의 할 일에 갇혀 있는 듯하다.
예전에 배우 신애라 씨가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젠하워 매트릭스의 ’ 일의 우선순위 정하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이것은 모든 일을 4단계로 나누어
처리하는 방법이다.
긴급하고 중요한 일,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육아에서야 말로 이것을 구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육아라는 것이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을 때가 많다.
첫 번째는 긴급하지만 중요한 일은 누가 봐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이건 개인마다 목표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다를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아이가 아침밥을 먹는 일이다.
아침을 먹고 등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을 것을 통해 뇌를 활성화시켜줘야 한다는
필자의 믿음이 있다.
이건 성장과 관련된 일이니까.
두 번째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은 계획한다.
아이가 혼자 옷 갈아입기가 되지 않았다면
이건 중요하지만
차근차근 가르쳐야 하는 일이기에
당장 화내고 고쳐주기보다는
하나씩 바꾸는 습관으로 계획한다.
세 번째로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은 위임한다.
육아에서 이런 일은 필자에게는
아이들을 시간에 맞춰 등원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등원버스를 태우거나
등하원 이모님을 고용할 수도 있다.
네 번째는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이건 역시 가치관에 따라 엄마들마다 정말 다르다.
나에게 이 일은 아이들 머리 빗겨주는 일이나
아이 옷 골라주는 일은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고르게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는 일이다.
이것 외에도 커피 마시는 일, 유튜브 시청,
엄마들과의 통화, 집안일 등등을 이렇게
나누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는
자기계발(개발)이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장기적 육아에서
‘7세의 파닉스 공부’를 두고 보았을 때
어느 부분에 해당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족 간의 애정이 우선인 가정이나
집중해야 할 부분을 고려하여 육아를 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이에게 미안한 행동일지
부족한 행동일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의 생활에서
습관들이기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없다.
가끔 우리의 욕심으로 학습에 빠지는 순간
중요도를 잊게 된다.
몰랐던 것이 아니다.
잠깐 잊었던 것이다.
중요도를 잊지 않고 서열을 바로 하는 것은
엄마가 뿌리를 지켜주는 것으로
아이가 가지치기를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