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먼저 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내색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는데 연희의 목소리는 힘찼다. 일을 다시 시작했고, 바쁘게 지내다 언니의 부재가 느껴질 때면 통곡하듯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 털어버린다는 말을 참 활기차게도 했다. 연희는 시시껄렁한 말을 한참 동안 늘어놓다가 말끝에 한마디 살을 덧붙였다.
“영진아, 나 여기 있어! 내가 언니한테 이 말을 못 해줘서 미안했었거든. 너 혼자 아니야. 언제든지 연락해. 자주 보자.”
전화를 끊고 나는 처음으로, 입 밖으로 꺽꺽 소리를 내지르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울었다. 고물상에 얼기설기 쌓아놓은 잡동사니들 마냥, 어지러운 머릿속을 붙들고 무엇 때문에 우는지도 모른 채로 악을 썼다.
화분의 마른 겉흙이 물을 머금고 있다가 쑥 삼켜 내리는 모습을 웅크리고 앉아 가만히 보았다. 뿌리까지 스며들면 식물의 줄기로, 가지로 다시 밀어 올리겠지. 시든 잎을 세우고 햇빛을 받아 싱그럽게 빛나겠지. 생각이 꼬리를 물다 더 나아갈 길이 없음을 자각한 채로, 중얼거렸다.
“살고 싶으면 힘을 내서 살아. 난 괜찮아. 괜찮아.”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옷을 갈아입고 목이 긴 양말을 신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맸다. 단숨에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숨을 크게 들이셨다 내쉬곤 뛰기 시작했다. 숨이 턱에 차 쓰러질 듯이 뛰었다. 심장이 가쁜 숨을 목구멍으로 밀어 올리며 살아있음을 내비쳤다. 사람의 대뇌는 두개골에 갇혀 감각 정보만 받아들이는데 얼굴의 근육을 움직이면 뇌의 근육도 움직인다고 한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경련이 일 듯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억지로라도 끌어올린 입꼬리가 뇌의 착각을 일으켜 축축하고 꿉꿉한 내면의 환기구가 되길 바라면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