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가식의 가면을 벗는 훈련
세 개의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양수업은 매 학기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학생들이 내 가이드라인을 대단히 잘 따라와서 일반적인 대학교양강의가 아닌, 그들 스스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수업이 된다. 이런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다며 다들 흥에 겨워 즐거워한다. 그런 클래스의 핵심은 "진정성" "솔직함"이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의 것들을 자신들의 삶과 연관시켜 흡수하고 다시 그것을 매개로 자신을 표현하는....
이 날 역시 어떤 조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 <벚꽃동산>을 읽고 각자 인상 깊었던 구절을 발표했다. 한 학생의 의견이다.
“알다시피 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부터 밤까지 일합니다. 하는 일이 내 돈뿐 아니라 남의 돈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사람들을 볼 기회가 많죠. 무슨 일이든 시작해 보면 세상에 정직하고 명예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 알게 될 겁니다...(생략)"이 대목을 보고 과거 정직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
- 면접 준비를 위해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주변에 큰소리쳤지만, 시험 며칠 전에서야 공부를 시작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요약 강의만을 반복해서 보는 식으로 ‘야매’ 공부를 했고, 운 좋게 간신히 합격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마치 나는 머리도 좋고 내가 열심히 노력해 얻은 성과인 것처럼 나 자신과 주변을 속였고 자만했다. 그 이후, 면접에서 면접관이 취득한 자격증에 큰 관심을 보이며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하나도 답하지 못해 처참하게 탈락했다. 그 순간의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그제야 정직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했는지 깨달았다. 해당 경험을 통해 깊은 반성을 하였고, 정직함에 대해 항상 생각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두
이 친구는 내 수업의 취지를 정확히 안다. 작품 읽고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 훈련을 이미 저번 학기에 내 다른 수업을 통해 받은 친구다. 이 친구의 깨달음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지금 후배들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것 때문에, 강의에 소홀히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 수업이 좋고 재밌어서 두 학기를 꼬박 듣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데 나의 어려움과 힘듦만 생각했다. 이 작품에서 벚꽃동산의 나무들이 베어지듯, 나의 위선이 베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기성세대를 그렇게도 혐오했던 내가, 이 거룩한 훈련의 장소를 오염시킨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이 친구의 말처럼 "순간의 부끄러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순간을 나다움의 순간으로 채워가는 훈련, 이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내가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