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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연민의 또 다른 얼굴, 자기 방어

<위대한 개츠비> --- "매혹된 덧없는 한순간"으로...

by giant mom

오늘 딸아이가 진상 아닌 진상을 부렸다. 내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자신의 귀를 찹찹찹 때렸다. 듣기 싫다는 액션을 취한 것이다. 당혹스러웠다. 누구보다 딸아이는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준 식구였기 때문이다. 친정어머니가 했던 말씀이 기억난다. 남편 복이 없으면 자식 복도 없지라고 했던 한탄 조의 말들이 내 마음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버지가 한평생 망나니와 같이 사셨고 네 남매가 사춘기를 겪었고 그 모든 것을 어머니가 감내하셨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사춘기는 으레 일어나는 성장통과 같다. 그런데 막상 그것을 겪는 어미의 경우 대단히 절망스러워한다.


나는 예외이고 싶었으나, 나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 내가 청소년시절 어머니께 드린 것만큼,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따름이다. 이상하게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난 반항한 적이 없고 공부를 안 한 적이 없는 사람인 냥 착각한다. 딸아이보다 더 심한 반항을 했고 때로는 당당하게 어른들에게 "우리 아버지 욕하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했었다. 내가 욕하고 미워하는 것은 괜찮지만, 남이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아주 능숙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잘하는 것이 있다. 자기 방어다. 이것을 위해 매우 철저하게 아버지의 대를 이어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아버님이 그랬던 것처럼 한 치의 다름도 없이 똑같이 행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남편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개츠비가 위대한가? 개츠비는 그저 메혹된 덧없는 한순간으로 사라졌을 뿐이다...

아니, 비난하기 위해서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유는 글을 쓰면서 알게 될 것 같다. 지금은 모르겠다. 왜 쓰는지, 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왜 이 성찰의 시간을 나도 모르게 즐기는지.... 남편의 모습을 관찰하며 그 모습이 나에게도 투영되고 있음을 안다. 미치도록 경멸하면서도 미치도록 닮아져 있음을 말이다. 자기 연민을 즐겨하는 남편은 항상 자신의 동굴로 들어가 자기 방어를 더불어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개츠비 역시 자기 연민이 매우 강했다. 집안이 보잘것없고 가난해서 사랑하는 여자 데이지를 쟁취할 수 없었다. 이 쟁취를 위해 복수의 칼날을 치밀하게 5년 동안 갈았고, 철저하게 자신을 방어하는 장치를 사방에 포진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당신이 이해받기를 바라는 만큼 당신을 이해했고, 당신이 스스로 믿고 싶어 하듯 당신 믿었고, 당신이 최상의 상태에서 남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 바로 그 인상을 당신한테서 받았다고 안심시켜 주는 미소였다"(67) 것이 자기 연민의 또 다른 얼굴, 자기 방어다. 드러내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 알게 된다. 개츠비의 대단한 자기 연민은 또 다른 자기 방어로 자기만의 높은 성을 쌓았다. 자기 연민은 스스로 자신을 특별하게 비참한 사람으로 간주하며 동굴 속에서 나름의 입지를 굳건히 한다. 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 망상과 외부의 시선과 인식 때문에 괴로워하는 내가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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