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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베어 Jul 19. 2024

초조한 기다림

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는 갔지만 받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2에 눌러야 하는데 당황하여 119를 잘못 눌렀다가 끊었다.

다시 112에 눌러 신고를 했다.

"저... 제 남편이 유서를 쓰고 나갔어요..."

나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네, 침착하게 천천히 얘기해 주세요. 집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신고를 하고 나서 시아버지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히 상황을 이야기했다.

"아버님... 오빠가 유서를 쓰고 새벽에 나갔는데 연락이 안 돼요. 회사도 안 다녔다는데 갑자기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 일단 경찰에 신고했어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 아이고.. 내가 지금 너희 집으로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엄마... 오빠가 새벽에 유서를 쓰고 나갔어. 지금 경찰에 신고했고... 애들 깨어있어서 지금 빨리 와줘."

"뭐라고?? 알았어. 지금 갈게. 일단 전화 끊어봐."




얼마 후 경찰 두 명이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몇 시쯤, 무엇을 입고 나갔나요? 

  인상착의가 어떤가요?

  당황한 나는 무엇을 입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검은색 운동화가 없어진 것만 알았다. 아마 청바지를 입었을 거라고.. 도무지 무엇을 입고 나갔는지 떠올려지지 않았고 인상착의를 설명하려는데 큰 특징이 없어서 키와 몸무게 정도만 설명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첫 해외여행을 가자고 해서 여권을 만든다고 여권 사진을 찍었던 게 떠올랐다. 그 사진을 찾아 경찰이 알려준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차가 혹시 집에 있나요? 

  차가 있는지 주차장으로 확인하러 나갔는데 차가 없었다. 경찰은 차량 번호와 차종을 파악하고 나서 바로 무전을 보냈다. 차의 위치를 알게 된다면 어디에 있는지 그래도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갈 만한 곳이 있을까요?

  갈 만한 곳을 떠올려봤지만 아무리 떠올려봐도 짐작 가는 곳이 없었다. 이렇게 그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질문에 점점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다녔다고 거짓말을 했던 회사, 시댁 아파트, 시아버지의 가게, 시어머니의 밭. 정도가 떠올랐다. 경찰은 내 카톡으로 온 유서도 증거 사진으로 남기고 어디 갈만한 데가 있는지 물은 뒤 전부 메모했다. 그러고 나서 이런 일은 천 건 중에 한 건정도만 실행되니 좀 기다려보고 때때로 전화도 해 보라고 했다. 진정하시라고. "천 건 중에 그 한 명이 내 남편이면 어떻게 해요..... " 나는 펑펑 울었다. 그렇게 사건과 관련된 모든 확인을 마치고 경찰은 우리 집을 떠났다.




119에서는 문자가 왔다.


 경찰이 떠난 뒤, 119에서 문자가 왔다.

**대교에서 발견되어 출동 중이고 수색 중이라며..

전화 신호가 잡힌 곳은 **대교였고, 나는 그에게 다시 전화했지만 꺼져있었다.

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했다. 새벽 3시 넘어 문자를 봤는데 이미 해가 떠 버렸기 때문이다.

시신으로 발견되면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례를 치르는 상상을 하니 지금 샤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수준에서 오열로 바뀌었다.

그렇게 울면서 샤워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살아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니 눈물은 점점 많아졌고 계속 흘렀다.


  정신이 없는 상황 속에서 엄마가 아이들을 등원시켰고 이후 시아버지가 오셨다. 그것도 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타고 오셨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조한 기다림


  우리 집에 도착한 시아버지는 나를 부둥켜 앉고 세상 슬픈 목소리로 이게 무슨 일이고, 어떻게 된 거냐며 울먹이셨다. 아버님과 소파에 앉아 상황을 설명하였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는데 경찰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119에서는 **대교라고 문자가 왔지만, 112에서는 위치 추적이 되고 있지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버럭 화를 내었다. 지금 119에서 **대교라고 하는데 112는 왜 안 가르쳐 주는 거냐고.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났다. 당신 가족이라고 내 기분이 어떨 것 같냐며 포효하였다.


  지금 휴대폰이 꺼져 있어서 위치 추적이 더 이상 불가능 합니다.

  내가 처음 경찰에 신고를 한 뒤 엄마와 시아버지는 그에게 전화를 여러 차례 걸었던 모양이다. 이후 휴대폰은 꺼졌고, 그래서 휴대폰이 켜져 있었기에 가능했던 위치 추적은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그 사이 경찰에 전화하여 상황을 재차 물으니 차량이 정차되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도로에 깔려 있는 정보수집용 CCTV로 확인 중이라고 하였다. 아직 그가 살아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아버님은 그 학교 후배의 연락처 없냐고 물으셨다. 그는 학교 후배가 운영하는 작은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하였는데, 그 학교 후배인 사장님의 연락처가 나에게 없었다. 회사 이름으로 검색해 볼까 하다가 내 친구와 그 사장님이 예전에 같은 회사에 있었고, 아직까지도 같은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둘은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연락처는 분명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급하게 연락할 일이 있다고 둘러댄 뒤 연락처를 받아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그와 사장님은 친한 사이여서 그가 주변 지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었다. 거짓말로 다녔다는 회사도 그 사장님의 회사였다.

  "안녕하세요, 저 **의 아내인데요 혹시 **님 연락처 맞으시죠?"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지금 오빠가 유서를 쓰고 나갔는데 혹시 연락이 왔었는지 여쭤보려고요."

  "네에? 유서요??

    제가 한번 확인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아이들의 등원과 등교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후에 바로 연락을 주겠다는 얘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버님... 흑흑….. 아니 저희 좀 도와주시지 그러셨어요."

  "내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지 어떻게 알았겠니... 진정해라."

  "진정이요? 지금 어떻게 진정을 해요!!"

  "아직 경찰에서 연락 안 왔으니 좀 기다려보자."

  "죽었으면 어떻게 해요....." 나는 오열하였다.

  "아침밥도 안 먹었는데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

  "아버님!! 지금 밥이 목에 넘어가요?? 지금 밥을 차리라고요?"

  ”아니, 얘야 그럼 내가 너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하냐. 진정하라는 뜻으로 얘기한 거다. 아직 죽었다고 연락이 온 것도 아니지 않으냐.”

 시아버지와 나는 마치 싸우듯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화를 냈다가 미안해했다가 연기를 하듯 감정이 날뛰었고 그 감정은 통제가 안되었다.


  믿기 어려웠지만 아침 식사를 거르고 우리 집으로 오신 아버님은 꽤나 출출하셨던 모양이다. 화가 난 내 모습과 마주하기 어려웠던 아버님은 집 앞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 드시러 나갔다.



그리고 그에게서 드디어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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