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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베어 Jul 12. 2024

부정

죽음의 월요일

일요일

나와 세 자매 그리고 그와 함께

집 근처 놀이터에서 오후를 보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밥을 먹고 씻고 잠이 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회사에 가서 마무리할 것이 있어

내일 아침 일찍 간다고 했다.

그날은 내가 티브이를 시청하다가

새벽 한두 시 즈음이었나...

방으로 늦게 들어왔는데, 그가 셋째의 침대에서 셋째를 재우다가 옆에서 잠이 들어 있길래 깨워서 자리로 가라고 하고 나도 잠이 들었다.




월요일이 되었고 날이 밝았다.


  둘째가 아침 일찍 일어나 방문을 열어놓고 집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는 내 옆으로 와서 “아빠가 없어. 아빠 어디 갔어? “라고 물으며 나를 깨웠다.

  눈을 슬며시 떠서 그가 누워 자는 자리를 보니 자리에 없었고 이불이 평소보다 가지런히 덮여 있었다.

  ‘벌써 나갔나? 이렇게 일찍?...'

  침대에 누운 채로 몇 시인지 보려고 베개 밑에 두었던 핸드폰을 열었다. 6시 50분쯤이었는데 새벽 3시 반에 그가 보낸 카톡이 와 있었다. 문자가 아니고 메모장에 쓴 것을 캡처해서 이미지로 보낸 메시지였다.

  첫 문장은 나에게 쓰는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라고 했다. 그 첫 문장을 읽을 때만 해도 무슨 이런 이상한 편지를 나에게 썼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30줄 남짓,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


그동안 자신을 만나서 고생이 많았고,

남겨진 모든 것들을 감당하게 해서 너무 미안하다는 내용으로 시작되었다.

육아휴직을 쓰면서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했다.

담배, 직장, 돈… 모든 게 거짓말이라고 했다.

직장도 다니지 않았고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고 싶었지만

역시나 모든 돈을 날렸다고 했다.


이게 다 무슨 내용인지 영문도 모른 채

계속 읽어 내려갔다.


결혼을 하고 나서 나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꿀리지 않으려고 계속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결혼하고 나서 내가 너무 무섭고 피하고 싶고 그랬는데 지금은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아빠 없이 살아갈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자신과 같은 아빠와 사느니 없는 채로 살아가는 게 나을 거 같다고 했다.

모든 짐을 나에게 남겨놓고 가게 해서 미안하다고…

안녕.


이 편지가 사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빠 없이 살아갈 아이들’이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아닐 거야. 이건 진짜가 아닐 거야.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갔지만 받지 않았다.


이 편지는 유서였고,

유서를 보낸 시간은 새벽 3시 반이었다.

이미 해가 떴기 때문에

상황이 종료된 이후라고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그때부터 어지러웠다.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혹시나 집에 있을 그를 찾았다.

없었다.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둘째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방 한 구석, 내가 주저 앉으니 옆에 같이 앉았다.


아닐 거야...라는 부정을 하면서도

나는 119와 112 버튼을 눌렀다.

죽음의 월요일이 아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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