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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Feb 19. 2024

공채 없는 나라

지피지기면 백전 십 승

지피기지백전불태 知彼知己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로 더 잘 알려진 이 표현을 우리의 상황에 대입해 보자면, 캐나다 취업시장을 알고, 나 자신을 잘 알면 지원하는 족족 성공할 수 있다는 말로 확대해석 할 수 있다. 적어도 나 자신이 위태로워지진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맞닥뜨렸던 캐나다 취업시장은, 그리고 여러분도 곧 맞닥뜨릴 캐나다 취업시장은 좋게 봐도 지피지기 백전 십 승 정도를 노려 봄직하다. 십 승 중에서 실제로 내 손에 들어올 승리는 단 하나. 백전 일승이다.


일승을 위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현재 상황 등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에 대해 파악을 끝내라.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캐나다 채용공고를 연구해야 한다. 이를 보다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캐나다 취업시장의 특징이다.


캐나다식 채용의 특징

공채가 많지 않다

캐나다 취업시장의 핵심 요건 중 하나인 인맥은 취업시장 판도 자체를 한국의 그것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만든다. 누가 추천 해 준 사람, 누구의 친인척. 이렇게 사람을 뽑다 보니 캐나다 대기업에서 조차 한국과 같은 대규모 공채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게 직무 별 상시채용 방식을 고수한다.


물론 공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 통계청 등 공공기관에서 인력풀 (pool)을 만들기 위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뽑는 경우도 있고, 대학 졸업반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 시즌 행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상당수의 캐나다 취업시장은 알음알음 채용, 너랑 나만 아는 채용, 네가 소개해 준 채용이다. 그래서 캐나다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 공고 중 상당수는 이미 내정자가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요식 행위란 소리다. 왜 이렇게 힘 빠지는 얘기만 하냐고? 이력서 100통 넣고 소식이 없다고 좌절하지 말라고!


처음 도전하는 캐나다 취업시장에서는 인내심이 필수다.


당신 말고 당신의 실력이 궁금하다

캐나다 취업에 필요한 2가지 중 나머지 한 가지. 바로 경력이다. 봉사활동으로 캐나다 경력과 인맥을 쌓아도 좋다. 학교에 등록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무급 인턴, 유급 인턴, 코옵 (Co-op)이 가능한 학과로 가도 좋다. 석사 이상 과정에 등록할 수 있다면 기회는 더 다양하다. 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어떤 업무를 했었는지"이다.


나중에 캐나다식 이력서, 자소서, 면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다시 한번 강조하겠지만 캐나다 회사들은 생각보다 당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당신의 경력과 실력을 궁금해한다. 이 점을 놓치면 캐나다 취업시장을 계속 헤매게만 될 것이다.


어떻게 헤매지 않게 되는고 하니. 여러분의 경력과 실력을 채용 공고에서 요구하는 데로 잘 버무리면 된다.


지피(知彼)의 세계

구직자가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

취업 시장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제일 큰 실수가 있다. 바로 어떤 포지션을 지원할 때 "직무명 (job title)"을 보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한다는 점이다. '어? 이거 내가 전에 한 업무인 듯? 지금 있는 이력서랑 자소서 조금 손봐서 내면 되겠네?'


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 지금부터 내 얘기를 잘 들어주길 바란다.



캐나다에서 사람들이 구직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 중 하나가 있다. 바로 Indeed이다. Training Speciliast를 여기서 검색해 보기로 하자.


첫 번째로 찾은 잡 포스팅은 아멕스에서 채용 중인 Global Product Training Speciliast1이다.

캐나다 채용공고 1

두 번째는 NAV Canada에서 뽑는 Operational Training Specialist이다.

캐나다 채용공고 2

대강 채용공고를 훑어보니 둘 다 교육하는 포지션이다. 내 경력도 사내 교육이고. 첫 번째 포지션은 2개 국어를 요구하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두 군데에 같은 이력서와 자소서를 포지션 명만 변경하여 낼 법하다. 우리가 지원하는 회사가 하루에 두 군데만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삐!!!


채용공고는 답안지다

채용공고는 답안지다. 두 번 반복해서 말해도 손해 나는 일이 없는 말이다. 채용공고는 자고로 로또 당첨 번호 맞출 때처럼 아주 뚫어져라 봐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수와, 정답을 비교하면서.


공고 안에 이 회사에서, 이 보직에서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이 나와 있다. 회사명을 검색해 볼 수 있고, 회사 규모와 역사를 확인해 볼 수 있고,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볼 수 있고, 부서를 파악해 볼 수 있고, 채용 공고에 나온 여러 가지 약어를 파악할 수 있다.


원하는 자질, 스킬, 자격. 모든 것이 답안지처럼 주어졌는데 커스텀 이력서를 포기하다니? 안될 일이다. 내가 가진 수를 정답에 맞출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같은 Training Specialist이지만, 첫 번째 채용공고에 나온 포지션은 여행 상품과 관련된 트레이닝을 하는 업무다. 공고를 읽어보면, 이미 프로그램이 짜여있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matrix"라는 표현이 보인다. 어지간히 각 맞춰 일하는 곳이리라는 예상이 저절로 간다. 그렇다면 새로운 상품 내용을 빠르게 캐치하여 교육 자료를 만들고, 전 세계에 있는 담당자들에게 각국 상황에 맞춰 빠르게 교육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사람을 선호할 것이다. 세일즈 경험, 혹은 세일즈 교육 특성을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그에 반해, 두 번째 채용공고는 항공운행에 관련된 시뮬레이션 트레이닝을 담당할 사람을 뽑는다. 무엇보다 정책을 준수하고, 기술 표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적격일 것이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본 적이 있거나, 현장 상황에 맞춰서 매니저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리라 예상된다.


그 뒤에 자격, 경력 등 모든 사항을 읽어봐도 포지션 명만 유사할 뿐, 두 직업에서 필요한 업무자질은 '교육 자료를 개발한다. 교육을 전달한다' 빼고는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랜덤으로 검색한 두 개의 포지션에서 하는 일이 이처럼 다르다니. 특정한 직업을 제외하고는 하는 업무나, 업무에 필요한 자질, 업무의 특성이 회사마다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더더욱 파고들어야 한다. 공채도 없고, 인맥과 경력을 중시하는 곳에서 더더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매니저라도 나를 뽑고 싶겠다' 싶을 정도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말 일반화를 하고 싶진 않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포장하고 드러내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채용공고에 맞춰서 어떻게 캐나다식 이력서를 써야 하냐고? 이제부터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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