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쓴 영문 이력서네.. 나는 어떻게 알았을까?
띠링. 캐나다에 오고 싶다는 어떤 분에게서 영문 이력서를 봐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력서를 열어보자마자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완전 한국사람이 쓴 영문 이력서네?’
자동으로 저런 생각이 든 나 조차도 깜짝 놀랐다.
‘나도 옛날에 저렇게 이력서를 썼겠는데…?’
눈앞에서 자동으로 한국어로 번역되는 영문 이력서였다. 그 이력서를 읽다 보니 ‘내가 캐나다에 그래도 꽤나 오래 살았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캐나다식 이력서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인지 그 이력서가 낯설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한눈에 한국사람이 쓴 영문 이력서라고 느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다.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외의 정보는 캐나다 영문이력서에 필요 없는 정보이다. 요새는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름과 같은 개인정보도 가리고 이력서 본문만 스크리닝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왜인고 하니, 이름이 외국인인 경우 무의식적으로 편견이 생기기 때문이다. 처음에 캐나다에 왔을 때는 한국이름을 그대로 쓰지 말라는 조언을 종종 들었다. 불리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다음의 연구결과가 그 편견을 그대로 보여준다.
목소리만 듣고 여러 파일 중 누가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인지 맞춰보라는 실험이 있었다.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A라는 사람이 표를 제일 많이 받았다. 그다음엔 목소리 파일 대신 얼굴까지 나오는 비디오를 틀어주었다. 동일 인물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었지만, 이번엔 B라는 사람이 제일 많은 표를 받았다. A는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실험 결과를 다 알고 있었지만, 나는 내 이름을 그대로 썼다. 외국인이라 차별할 곳이라면 혹여나 붙어서 들어가게 되더라도 결국은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개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로는 멋들어진 표현이지만, 한영번역을 하고 나면 캐나다에선 안 쓰는 표현이나 어색한 표현이 나올 수 있다. 이 부분을 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Conceived a program”이라는 표현은 “프로그램을 고안했다”라는 표현을 직역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conceive라는 말의 제1 의미가 ‘아이를 품다’ 이기도 하고 이력서에 자주 등장 하는 표현은 아니다. 이럴 때는 Designed a program이라고 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이러다 보면 "design" 같은 무난한 동사를 자꾸 반복하게 될 수 있는데, 같은 동사를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은 좋다. 그렇다 해도 이력서에 잘 쓰지 않는 표현을 구태여 쓰는 일은 피해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 일이라는 것이 자기 혼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일하는 경우는 더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한 일’을 두드러지게 쓰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당신을 뽑을 사람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기억해 둘 것은, 캐내디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자기가 한 일이 프로젝트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기술한다.
예를 들어, “Involved in a project” -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쓰는 것은 여러분의 능력을 소개할 기회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것이다. 뒤에 어떤 프로젝트였는지 기술하는 것만으로 이 문장을 살릴 수는 없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어떤 일을 했고, 그 일이 전체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무엇을 이루었는지 적어야 한다.
팀워크에 관련된 자질을 보여주기 위해 "Collaborated..." - 협력하여 -라고 경력 기술을 시작하는 것도 주의하는 것이 좋다. 내가 한 일을 드러내기도 바쁜데 이렇게 한 줄을 낭비하기 아깝다. 자신의 경력 기술은 강한 동사로 시작하면서 "collaborated with..."라고 뒤에 덧붙이면 모를까.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를 주고는 싶고, 경력은 부족한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지원한 포지션과 상관없는 경력을 줄줄 적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마이너스다. 이전에 했던 일이 지금 지원한 포지션과 관련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어필하면 된다. 만약에 어떤 스킬도 현재 지원한 일과 관계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냉정하게 삭제하면 된다. 냉정하게 삭제가 안되면, 다른 사람에게 이력서를 보여주고 판단을 맡겨도 좋다.
무조건 한 두 장 안에 모든 것을 다 써야 한다는 강박감에 경력 한 줄을 삭제하라는 것이 아니다. 나의 자질이 내가 지원한 포지션과 얼마나 잘 맞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사부에서 먼저 스크리닝을 하는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A~Z까지 포스팅에서 요구하는 자질, 경력, 스킬이 충분히 나와 있는데 연관성도 없는 경력을 기술하는 것은 분석 스킬 부족의 방증으로 보일 뿐이다.
그럼 캐나다식 영문이력서는 어떻게 쓰면 좋겠냐고? 이미 여기저기 검색만 해봐도 나오는 얘기가 한 트럭이지만, 일타쌍피를 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링크드인을 (LinkedIn) 활용하는 것이다. 이제 링크드인 100배 활용법, 그걸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