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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Mar 01. 2024

"제 장단점은요..." 면접에서 폭망하는 이유

캐나다식 영어면접

한국에서 외국계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하면 꼭 영어면접을 보곤 했다. 난 면접에서 크게 떠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했고 묻는 질문도 사실 뻔한지라 몇 가지 패턴은 내 입에 척척 붙어 있었다.


그래서 캐나다 취업시장에 처음 뛰어들 때도 '한국 외국계 회사랑 비슷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가, 폭망 했다. '에이, 이 회사가 특별한 거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배신감이 들었다. 그래도 캐나다 면접이라고 한국이랑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 링크드인 러닝에서 인터뷰 관련 강의도 듣고 구글링도 해서 면접 질문도 검색해 봤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나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캐나다 면접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은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라떼만이 아니라고?

내가 한국에서 취업했던 시절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이 글을 쓰기 전에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 봤다. 요새 한국에선 영어면접을 어떻게 보나 싶어서. 달라졌나 해서. 그리고 조금 놀랐다. 라떼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그 질문들은 바로 "자기소개해 보세요", "자신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왜 우리 회사에 (혹은 이 포지션에) 지원했나요?", "앞으로 입사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 목표가 무엇인가요?" 같은 것들이었다.


캐나다에서 세 번째 직장에 다니는 지금. 나름 처음 입사할 때, 이직할 때, 내부에서 인사이동 하려고 했을 때 등 면접을 꽤나 봤지만 저런 질문들은 받은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지난 글에서 이미 밝혔듯, 캐나다는 "당신 말고, 당신의 실력을 궁금해한다"는 말. 기억나는가? 이 문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바로 면접이기 때문이다.


면접 종류에 따른 전략

1. 전화면접

전화 면접의 목적은 분명하다. 뭘까?

첫째, 바쁘신 인터뷰 패널을 대신해서 기본 조건을 갖춘 사람을 뽑아서 시간을 절약하겠다.

둘째, 이력서에 적은 내용을 검증한다.  


인터뷰의 85% 정도는 바디랭귀지라고 할 만큼 말보다는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하다. 전화인터뷰는 그것을 모두 뺀, 말 그대로 "팩트"를 체크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팩트가 어디서 온다고? 바로 채용공고에서 온다.


채용 공고에 나와 있던 스킬, 자격, 업무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전화 면접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만약 채용공고 내용에 충실하게 면접을 준비하지 않으면 버벅거릴 수밖에 없다. 왜냐고? 우리가 생각하기에 너무나 당연하고도 쉽게 해 오던 일을 막상 다음과 같이 리크루터가 물어본다고 상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금 하는 그 일을 a-z까지 어떻게 하는지 설명해 보라.

구체적 예시를 들어보라.

어떤 리포트를 어떤 식으로 작성했나.

당신은 상사에게 어떻게 보고하는가.

당신이 보고하는 방식을 설명하라.


라고 물어보면, 미리 준비하지 않은 이상 당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영어 인터뷰이지 않은가. 세 배로 당황스럽다. 전화 인터뷰는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철저한 준비가 핵심이다.


전화 인터뷰 팁:

(1) 전화 인터뷰는 조용한 곳에서.
(2) 컨닝 페이퍼 준비 하기.
(3) 리크루터에게 할 질문 미리 준비하기.


리크루터에게는 포지션에 대해 물어도 별로 해 줄말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다음 인터뷰 일정 등을 묻는 것을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해 (예: 지금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목표가 무엇인지, 내가 지원한 팀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회사의 성장 동력 등) 혹은 조직문화에 대해 물어보면 좋다.


2. 대면면접

캐나다는 대게 일 대 다 형식의 인터뷰 패널 면접이 대다수다. 한국처럼 우르르 지원자가 들어가서 여러 명의 인터뷰 패널과 만나는 일은 드물다 (있긴 하다). 특히 공공기관과 사기업의 면접 체계와 채점방식은 꽤 다르다. 물론 두 군데 모두 여러분의 '실력'이 궁금한 건 똑같지만.


인터뷰 목적은 전화면접과 비슷하지만, 인터뷰 패널이 지원한 포지션 및 팀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여러분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면접 질문은 또! 채용공고에 있는 직무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공공기관이라면 직책에서 더불어 요구하는 스킬을 테스트하기 때문에 인터뷰와 별도로 과제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염두해 두길 바란다.


3. 온라인 면접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면접 중 하나다. 편의성 때문인지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온라인 면접이 불편하다. 이건 전화 면접도 아니고, 대면 면접도 아니고. 바디 랭귀지를 파악하기도, 보여주기도 제한이 많다. 무엇보다 '면접관도 사람'인 점을 이용하여 쓸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아예 원천봉쇄 당한다.


팬데믹 덕분에 자리 잡은 온라인 면접.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의외로 테크놀로지 테스트이다. 팀즈 (MS Teams)로 면접을 본다면 미리 링크를 클릭해서 열어보고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라.


면접 당일날 소프트웨어 깔고, 카메라가 켜지는지,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면 면접이 말린다. 등에 식은땀이 줄줄 난 채로 면접을 보면 횡설수설하기 십상이다.


카메라 앵글은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거에 신경 쓰느니 차라리 질문을 듣고 제대로 응답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특히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과제가 있으면, 미리 쉐어링 기능을 테스트 해보길 추천하다.


인터뷰 패널 면접 팁:

(1)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했으면, 유추하지 말고 다시 물어보라. 상관없다.

(2) 바로 대답이 생각나지 않으면 잠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하라. 그래도 된다.

(3) 만약 어떤 과제나 답변을 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명확하다면 (예: 10분 프레젠테이션),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점수에 반영된다.

(4) 인터뷰 마지막에 패널에게 할 질문을 미리 준비하라.


경력직이라면 업무와 포지션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예: 업무 중 가장 어려운 점, 내가 투입되면 가장 먼저 맡을 프로젝트, 이 포지션을 뽑는 이유. 이유를 물을 때는 팀이 확장 중이어서 사람을 더 뽑는 건지 물으면 좋다).


무엇보다 이 부서가 회사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질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홈페이지를 정독하고, 관련 내용을 샅샅이 찾아보라. 어떤 질문을 할지 막막하다고?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에 올라온 38개의 스마트 질문을 참고해 보길.



서류를 쓸 때도 면접을 볼 때도 캐나다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채용공고에 나온 직무기술/스킬/자격에 관련된 내용이다. 백번 강조해도 아깝지 않다.


여러분의 장단점, 여러분이 스트레스 관리하는 법, 여러분의 향후 목표가 아니라. 회사에서 이 자리에 사람을 뽑는 이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스킬. 이런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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