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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Mar 09. 2024

고흥에 머물다-아날로그에서 탈피

키오스크에 익숙해지기

"엄마, 나 너무 바빠. 선거가 끝날 때까지 바빠질 것 같아."

"그렇구나! 선거일이 4월 10일이지? 일이 많아졌어? 딸 나랏일에 수고가 많구나."

"엄마가 집에 오면 안 돼. 고흥에 왔다 갔다 하면서 나 밥 좀 해줘"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도는 백수인 내가, 뭐라도 딸에게  해주고 싶은 내가, 남편이 집안일을 다해 전업주부가 되어 보고 싶은 내가 거절할 이유가 없다.

부산집에 가서 일주일 동안 머물기로 했다. 일 년 전까지 우리 4 식구가 살던 집, 부산에서 공무원으로 취직한 만 남기고 우리는 고흥으로 왔다. 우리 부부와 공시 준비 중인 아들이다. 부산집은 딸 혼자  청소하기엔 조금 버거운 집이다.

무조건 잘해보자. 청소도 해주밥도 하고 옷도 잘 정리하고 화분도 돌보자. 

집에 간 다음날, 상품권을 쓰기 위해 큰길 아래에 있는 마트까지 갔다. 상품권 금액 맞추어 하나 둘 카트에 넣었는데 차가 없으니 옮기기가 난감했다. 시장바구니는 어깨에 메고 포도와 바나나 상자는. 손에 들었다. 어깨는 아프고 멘 지 1분 만에 장바구니가  흘러내렸다. 난감

그러다 반대편 어깨에  크로스해서 옮긴다. 너무 무거워 50m마다 쉬었다. 500M 되는 길을 10번도 더 쉬었다.

그러나 그 않은 재료는 빨리 소비되지 못했다. 침은 바빠 간편식, 점심은 출근, 저녁만 저대로 먹는데 회식도 있었다.  시장 봐온 거라도 다해먹이려고 고흥으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토요일, 서울에 사는 딸 친구가 내려온다고 한다. 딸을 위해서 온 부산행이니 편하게 만나라고 하고  나는 서둘러  고흥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

요즘 들려오는 매화 소식에 이끌려. 광양으로 가고픈 생각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제일 가까운 섬진강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상터미널에서 섬진강휴게소 가는 버스 시간을 검색하니 9시, 9시 15분에 있다.  버스 시간에 맞추려고 8시를 전후하여 집에서 출발했다.


8시 58분 터미널 도착, 티켓팅을 빨리하면 9시 출발하는  차를 탈 수 있겠다 싶어 매표소로 뛰어갔는데  줄이 길다. 기다리는데만 5분은 걸렸다.

그사이 9시는 지나가 버리고 9시 15분 티켓팅을 하려 했더니 매진이란다. 다음 차는 11시에 있다는 것이다. '9시 차도 매진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인에게는 인터넷예약 필수!!!

'다른 때는 빈좌석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아하, 오늘이 3.1절이구나. 따뜻한 봄날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 때문이구나!'


퇴직 후 휴일감각을 잊어버리고 살던 나는 모처럼의 북적거리는 맛을 즐기려 마음먹었다.

현재 9시인데 11시까지 기다리면 매화마을에 오후에 도착할 것 같다. 광양에서 가까운 순천은 10시에 있다길래 순천으로 나와주세요 하려고 하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남편 왈

'그러면 진주서 만나자. 진주가 더 편리하고 10분마다 있을 거야.'진주로 매표하고 고속도로 입구인 게양에서 내리기로 했다.

전화를 하는 사이

그 사이 줄은 더 늘어서 있고 진주행은 9시 5분과 9시 10분이 있다. 그다음은 9시 40분발이다. 내 뒤에 있던 분이 진주가냐고 묻는다. 바쁘니 양보를 받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내 앞에 분은 매표 취소를 한다. 그리고 다른 시간대로 매표한다.

바쁜 사람에게 긴 시간이다. 1-2분을 다투니 마음은 급해지고 있다. 느릿느릿해서 화가 나려고 한다. 또 남은 한 분 취소 그리고 매표

매표원은 기계같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는 사이 진주행은 9시 매진되었습니다. 9시 15분 드릴까요? 옆창구에서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드디어 내 차례다. 진주 9시 15분 게양 경유 다 확인하고 카드를 내밀었다.

그런데 기계를 두드리는 소리

카드 말고 없어요. 네, 카드는 이것밖에 없어요.

카드가 안됩니다. 그런데 나에게 현금이 있었다.

'현금 있습니다. 현금 결제해 주세요.'

호주머니에서 찾는데 뒤에선 분도 급한지 자기가 갖고 있던 만원을 먼저 내주었다. 내 돈을 찾으면 자기를 달라고 했다. 현금으로 결제를 하려던 매표원이 키보드를 자꾸 두드린다. 카드가 아니라 기계가 고장이라고 한다.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가는데 우리는 마음이 급 하고 줄이 길게 늘어졌다. 옆창구에서 우선하여 매표하자고 하니 감정 없이 줄을 뒤쪽에서 다시 서란다.

이럴 때는 막무가내가 최고

시간이 급하다고 내 뒤에 섰던 분이 옆창구로 끼어들었다. 옆창구에 줄을 섰던 분들도 상황을 아니 아무 알씀도 안 하신다. 진주 한 장이라고 하는데 내가 두장요 했다. 마음이 급했다. 시간이 지체되어 10분 정도 흘렀으니까.


그런데 옆창구에서 하는 말,

"9시 15분 차도 매진 되었습니다."

  "아이 ^^'"

하지만 그 시간 차를 포기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끼어들 필요가 없었다. 뒷자리에 가서 줄을 설까 하다가 저쪽 구석으로 눈을 돌렸다.


  젊은 친구들이 발권을 하고 있다. 줄은 없다. 자신이 없어 망설이던 곳으로 향했다. 키오스크다.

 10년간 시외버스를 타지 않았다. 작년부터 고흥 가는 길에 3번 이용했고 오늘이 4번째다. 주로 평일에 이용했으니 매표소도 복잡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스크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오스크 앞에 섰다. 화면에서 시키는 대로 입력하고 카드 삽입했다. 프린트 출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고장 났나? 으로 옮겠다. 카드오류다. 다시 카드 뽑고 삽입 2-3번 반복했다. 왜 안될까?

생각하는데 뒤에 줄 서있는 사람이 있었다. 일단 양보하고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다.

뒷사람에게 양보하려는 순간 오른쪽을 보니 벌써 승차권이 출력되어 기다리고 있다.

9시 40분 출발 진주행 11번 좌석 내가 선택했던 그것이다.

왜 오류?

나 같은 사람이 있어 2-3번 결제되지 않게 프로그램되어 있나 보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카드오류가 아니고 이미 결재되었습니다.라고 안내해 주면 더 좋겠다.

이제는 오스크를 두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30초 만에 뽑을 수 있다.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나가면 음식점도 주문을 키오스크로 하는 경 우가 많았다. 이제까지는 기계가 익숙해진 부산친구가 주문을 했지만 다음 모임에는 내가 해봐야겠다. 귀촌한 사이 많이 달라진 세상, 적극적으로 익숙해져야겠다.

아니 고흥에도 있었다. 면사무도 민원서류 자동발급기, 무인커피점이다.  도우미들이 도와주어 잘 해결했었다. 익숙해지지 않은 것은 숙달 반복으로 익숙해진다.

키오스크 나오라 그래. 내가 다 해결할게. 자신감이 붙는다.

섬진강매화문화관 앞 홍매화

 

키오스크로 매표를 한 성취감에 정체가 되어 두 배의 시간이 걸린 고속도로에서도 느긋했다. 나보다 늦게 도착한 남편도 20분이나 기다렸다. 매화마을 가는 정체에도  매화마을 인파 속에서도 여유롭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활짝 핀 홍매화가 너무 예뻤다. 조금 덜 핀  흰매화 봉오리도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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