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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Mar 13. 2024

고흥에 머물다-바다 나들이

영남면 용암마을 용바위

남도의 따뜻한 봄날, 과역 대화매원에 들렀습니다. 4만 평의 야산에 일궈진 넓은 매실농장입니다.

벌이 윙윙거리는 매화, 그윽한 향기가 나의 감성을 깨우는  농장을  이리저리 거닐었습니다.

이곳은 농장답게 위쪽을 다 전지 하여서 나중에 매실 따기 편리하게 해 두었습니다.

우선 보면 꽃이 적은 것 같지만 어찌 보면 가지런한 윗부분이 양탄자처럼 아름답습니다.

얕은 야산이라 수월하게 전망대를 돌아 능선을 타고 걷고 나니 바다가 보고 싶어 집니다.


우리가 간 곳은 우주발사전망대 아래쪽, 미르마루길의 시작점 용바위가 있는 곳입니다.

산중턱의 도로에서 바닷가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합니다. 좁은 길이라 마주 오는 차가 있을까 봐 마음 졸입니다.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오늘은 바닷물이 없어요. 물이 다 빠져나간 후의 풍경은 지난날 방문했을 때와 완전 다른 풍경이네요. 바닥에는 미역이 있고요. 모래밭도 넓게 펼쳐져 있어요.

미역을 말리는 마을분도 있었고 작은 봉지에 미역을 담아 가져가는 관광객도 있었어요.

"미역 따가도 되나요."

"마을사람이 미역작업을 할 때 조금 따가도 돼요."

우리는 공시생 아들 때문에 미역은 먹지 않아요.

견물생심이라고 따고 싶은 욕심이 났지만 마음을 접고 용암바위 쪽 바다로 갔어요.

이곳에서 바다멍을 할 생각이었어요.

넓은 반석이 있고 다도해에 싸여있는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라 이곳 어느 바위에 앉아 있으면 나도 바다의 일부가 되어요.

바람이 불고 햇볕이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났어요. 그래서 돌아 나오는데 바다를 보니  미역이 가득 있었어요. 바위에 달라붙어 채취할 수는 없었지만 내 것도 아닌데 부자가 된 기분이었네요.

마주 보는 바위에도 돌미역이 이렇게 붙어 있었어요. 많기도 하다.



그리고 공룡발자국처럼 푹 들어간 바위 속에는 아주 작은 작은 홍합들이 가득해요.


첫 번째 해루질 갔을 때보다 더 많은 바다 생명들을 마주합니다.

바다농장을 보듯 흐뭇합니다.


주차장에서는 산악회버스가 한대 뒤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곳에 캠핑카들이 없어 그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바위 정상에 있는 용조형물로 갑니다. 용이 여의주를 들고 승천하고 있습니다. 입시생들의 부모가 찾아와 기도드리고 간다고 합니다.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준다고 하며 먼저 눈을 감고 분위기를 느낀 다음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마음이 흡족하지 않으면 다시 기도드리라 합니다.

 나도 간절한 기도드립니다. 우리 공시생 아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팔영대교, 여수, 올망졸망 섬들, 여수에서는 섬섬옥수라 하더군요. 이곳에서 보는 작은 섬들이 아름다워요. 처음에는 경치를 조망하는 곳이었지만 기도를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어요.

고흥의 쪽빛 바닷물을 보러 왔다가 갯벌과 미역 홍합을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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