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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Mar 16. 2024

고흥에 머물다-텃밭농사 양배추 기르기

초보텃밭농부이야기 240316

양배추에 꽃이 피려고 합니다. 이제 마지막 소명인 꽃을 피우고 종자를 남기려나 봐요. 양배추는 저에게 많은  안타까움과 기쁨을 주었는데 약 1년의 세월을 같이 보내다 가려나 봅니다. 1년 동안 키우는 재미, 먹는 즐거움을 주었고 반려식물처럼 같이 지냈습니다. 살아만 다면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아도 계속 키우고 싶습니다.



우리 집의 식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채소는 양배추와 양파입니다. 아침 식단이 샌드위치인데 패티가 양배추와 양파 곱게 다진 것과 계란을 섞어 만듭니다. 우리 세 식구 입맛에 맞는지 1년 항상 같은 식단인데도 아직 만족합니다.

작년 7월 말 우리는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작은 텃밭이 있었지요. 이 텃밭에 양배추를 심기로 했어요.




이제부터 양배추와 만났던 지난 1년간의 이야기해 보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텃밭에 양배추를 심기로 하였습니다. 쿠팡에 모종을 주문하니 잎이 5개 달린 어린 모종이 50 포기 왔어요. 밭을 잘 갈고이랑을 만들고 40cm마다 한 포기씩 심었지요. 매일 아침 물을 주고 정성스레 가꾸었지만 무더위에 말라 기진맥진해서 마른 잎을 흙에 깔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하늘을 보고 잎을 뻗어 있었어요.

이렇게 한숨을 쉬며 안심하기를 반복하는 날이 계속되었는데요. 보다 못한 남편이 차광막을 씌워 주었어요. 쓰러지지는 않는데 조금도 자라지

 않았어요. 시들었다 회복했다만 반복했어요.

1달이 지나고 우리가 차박여행을 다녀온 어느 날, 양배추에 잎이 하나씩 늘어난 기분이 들더니

비가 온 뒤 보니 양배추가 자라고 있었어요.




저는 유튜브를 보고 알고는 있었어요. 양배추 가을 파종시기는 9월이라는 것을요. 조금 일찍 먹고 싶어 일찍 심었는데 결국 오랜 경험을 가진 농부가 옳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일찍 심으나 9월에 심으나 수확은 같이 한다는 것을요.

이제 양배추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예쁘게 자라나 싶을 즈음 양배추가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배추벌레나 민달팽이의 밥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지요. 배추벌레는 눈에 보이니 잡기라도 했지만 민달팽이는 밤에 활동하니 먹고는 사라져 버렸지요. 하루 저녁에 우리 양배추는 황폐해지기 일쑤였지요. 약은 몰라서 없어서 그리고 치기 싫어서 안쳤지만 민달팽이 유인제는 사용했어요.

민달팽이는 줄어들었고 배추벌레와 담배벌레는 나무젓가락으로 잡아주었지요. 그들은 대식가라 먹고는 배설물을 남기기 때문에 위치를 노출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 잡아주니 줄어들었어요.


처음에는 하얀 나비가 우리 밭에 놀러 오는 걸 좋아했는데 하루하루 늘어나는 애벌레를 보면서 나비가 날아와도 질색이 되었어요.

그러나 양배추 가운데 있는 생장점만 살아있으니 잎이 샘처럼 돋아났어요. 그래서 양배추는 계속 성장했답니다. 배추벌레는 생장점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았고 얄미운 담배벌레는 생장점조차 침범했어요. 그러나 배설물 때문에 찾기는 너무 쉬웠지요. 그렇게 민달팽이와 애벌레를 퇴치하면서 양배추는 잘 자랐고 엄청난 크기가 되었습니다.




일찍 수확한 양배추

드디어 동그랗게 속이 차기 시작했어요. 그 속으로는 안 들어갈 줄 알았지요. 그래서 3박 4일 차박여행도 다녀왔어요. 아뿔싸! 그게 아니었네. 저와 애벌레들과의 전쟁이 또 한 번 시작되었어요.

그래도 3 포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켜내었네요.

11월이 되어도 날아다니는 나비는 보이지 않아도 애벌레는 몇 마리 생겼어요.

우리 밭에는 크기가 다른 양배추들이 잘 자랐고요. 하나씩 잘라서 양배추 샐러드와 패티로 사용했습니다. 양배추 수확을 할 때는 결구된 동그란 부분만 잘랐어요. 우리 지방은 남쪽이라 작은 비닐하우스를 씌우니 2월 중순까지 먹을 수 있었어요.




그루터기에서 싹이 돋기 시작했어요. 2월 중순에는 그 순을 양배추 패티의 재료로 사용했고요.

일찍 파종하고픈 마음에 순을 꺾어 기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양배추처럼 잘 자라기에 좀 키우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빨리 파종하려 했어요. 한 달에 10포기씩 순차적으로 심어 보기로 했지요. 그래서 시기를 조절하여 알차게. 먹으려 했어요.


또 하나, 밭에 남아 있는 그루터기에서 순을 하나씩만 남기고 따주었어요. 그러면 또  양배추로 결구를 할 줄 알았어요.

그렇게 한 달간의 정성스러운 재배가 있었는데요.

패트병모종에서도 꽃봉오리가!

오늘 보니 모두 꽃봉오리를 맺고 있어요. 그래 식물은 기르는 시기에 따라 결구도 되고 꽃을 피우기도 하는구나를 알게 되었고 양배추답게 키우는 것은 2달 후쯤 시도해 봐야 될 것 같아요.


4월까지 모종을 주려는지?

그러나 그루터기를 그냥 두고 순을 계속 키울래요. 4월 이후에 꺾어서 심으면 또다시 양배추를 얻을지 모르니까요. 꽃에서는 물론 씨앗도 받을 것이고요.


1년을 길러보니까 이제 양배추의 생태를 알게 되는군요. 올해는 퇴비도 많이 넣고 웃거름도 잘해주며  방충망인 한랭사도 씌워 재배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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