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제로
남편이 없는 날, 드디어 '내' 집이 되다
전쟁 같은 정리 습관
남편과 저는 정리정돈 스타일이 다르답니다. 남편은 말 그대로 '늘어 놓고 찾기, 자기만의 컨텐츠를 꾸며 놓습니다. 집 안에 가구를 사는 것을 싫어하고 펼쳐 놓는 걸 좋아한답니다.배달 온 종이 박스들을 현관 입구부터 거실 구석까지, 펼쳐져 놓는 걸 좋아해요. 제가 보기에는 난민촌 같지요. 남편은 그게 "언제든 재활용할 수 있게 준비된 상태"라는데, 제 눈엔 이삿와서 정리안한 집 같습니다.
"여보, 저 박스들 좀 치우면 안 돼? 손님 오면 창피하잖아." 제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면, 남편은 언제나 당당했죠.
남편: "왜? 박스가 있다는 건 우리가 부지런히 시켜 먹고 살림을 한다는 증거잖아. 그리고 내가 뭘 찾을 때 바로 눈에 띄어야 편해. 캐비닛 속에 숨겨 놓는 게 더 불편해."
저는 온갖 물건들이 깔끔하게 캐비닛 속에, 서랍 속에, 싱크대 위도 거실 테이블 위도 눈에 거슬리는 것 없이 정돈된 상태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이 집은 워낙 남편이 살림을 주도하고 주장이 강한 탓에, 늘 남편 스타일대로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먼 맥시멀리즘'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 때문에 속으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 숨 쉬는 것마저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고흥으로 귀촌한 3년간 딸이 혼자 거주하고 있던 부산집은 남편의 정리정돈 스타일과 달라서 집에 있기 싫어합니다. 부산으로 이사온 그 날,남편온 이삿짐만 올려 놓은채 여행을 갔고 나는 혼자 정리정돈을 합니다. 남편이 싫어할 것이 다 있습니다. 그러나 저하고는 딱 이지요. 아직 정리정돈이 다되지는 않았지만 일하는 것조차 즐겁습니다.
나의 천국, 나의 냉장고
간식 논쟁 종결
정리정돈 문제만큼이나 스트레스였던 건 간식이었습니다.. 남편은 과일은 "비싸다"며 절대 허락하지 않으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건 건빵은 포대로, 에이스 크래커는 박스 채로 쟁여 놓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과일 좀 사도 될까? "
"무슨 소리야. 과일은 금방 물러져서 돈 낭비야. 저기 봐, 건빵이 얼마나 든든하고 오래가는데. 급할 때 먹으면 최고지."
집안에 먹고 싶은 게 없다 보니, 저도 배가 출출하면 남편이 사놓은 그 건빵이나 에이스를 몇 개 집어 먹는 게 전부였습니다. 냉장고에 제가 좋아하는 게 텅 비어 있는 게 늘 서글펐습니다.
그런데 냉장고에는 과일이 가득찼습니다. 청포도와 파인애플, 바나나는 한 번 먹을 분량으로 장만해 가득 넣어두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은 스스로 배달시킵니다. 아들은 쿠쿠다스를 시켰고 딸은 샤인머스켓을 사왔습니다.
해방! 난 자유다!
정리정돈을 하고 난 후 게임을 합니다.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딸이 닌텐도 게임 중 수박게임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이틀만에 수박을 두 번 만들었어요. 여유 사간에는 수박게임을 하는데 아들이 들어봅니다.
" 엄마, 비슷한 게임 더 알아보고 깔아 드릴까요?"
딸은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아들도 게임 하는 나를 밀어 줍니다.
남편이 있다면 잔소리만 할텐데요.
눈물이 납니다. 남편에게서 오는 스트레스 0
남편이 부재 중인 내 집은 스트레스 0상태입니다.
난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