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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로서의 나의 하루

by 성희

​나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됩니다. 아침 일과는 두 아이의 도시락싸기입니다. 공무원인 딸과 취준생인 아들의 도시락입니다. 가장 먼저 전기밥솥에 밥을 안칩니다. 쌀 1컵 반이면 두 아이의 도시락을 싸고 내 점심밥까지 남기기에 충분한 양입니다.

​두 번째 일과는 도시락 반찬 만들기입니다.

​밑반찬으로는 계란장과 멸치볶음이 있습니다.

​계란장을 위해 계란을 삶을 때, 완숙보다는 약간 덜 익은 정도를 선호합니다. 끓는 물에 계란을 넣고 7분 정도 삶은 후, 찬물에 담가두면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습니다. 간장 양념은 진간장에 다진 고추와 썬 양파, 대파를 넣고 만듭니다. 저녁에 만들어 두었다가 아침에 반으로 썰어 도시락에 담습니다. ​멸치볶음은 친정언니가 만들어준 것을 일주일 정도 먹습니다.

​이 외에도 두부조림, 계란말이, 계란찜, 야채전 등은 전 과정을 직접 만들어 2가지씩 선택하여 넣습니다.

​메인 반찬은 LA갈비, 전복버터구이, 돼지고기 주물럭, 닭볶음탕을 돌아가며 준비합니다. 메인 요리는 반조리 식품을 이용합니다. 쿠팡에서 로켓배송으로 주문한 후, 양파, 대파, 마늘 등을 더 넣어 조리하면 되니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조리 실패 없이 모두 성공적이었어요.

​나만의 모닝 루틴: 커피와 아침 식사

​도시락 준비 후 냉커피를 만들어 텀블러에 담습니다. 원두를 전동 분쇄기로 갈아 1인용 필터로 내리는데, 딸의 것까지 아침에 3잔을 내립니다.

​딸은 "누군가에게 내려주고 남은 것을 리필해서 마시는 것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며 리필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 커피를 내리고 난 3개의 필터로 남은 것을 리필해서 마십니다. 연하긴 해도 제 입맛에는 딱 좋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마시고 남은 것으로 리필해도 좋고, 아이들보다 '2등 인생'이 되어도 불만 없습니다.

​커피를 내리고 나면 아침 식사로 빵을 굽습니다. 양배추, 양파, 두부, 계란으로 만든 패티를 준비하고 빵은 토스트기에 굽습니다. 아들은 아침 식사 시간을 줄이려고 토스트를 원해 밥도 하고 빵도 굽습니다. 20년 만에 다시 찾은 주방일이지만, 저는 늘 최선을 다합니다. 아이들이 도시락을 깨끗이 비워올 때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아이들이 출근하면 청소를 시작합니다. 매일 청소를 하니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청소기로 먼지를 흡입한 후 밀대로 닦고, 걸레로 장식장과 책장을 한 번씩 훑어주는 것으로 청소를 마무리합니다.

​그 사이 세탁기에서는 빨래가 돌아가고, 청소가 끝날 무렵 완료 신호음이 울립니다. 모아서 따로 빠는 것을 제외하고 하루에 한 번씩 돌립니다. 어제 빨래를 걷어 개고, 오늘 빨래를 널고 나면 오전 일과가 끝납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이삿짐 중 버릴지 말지 고민되는 물건들을 분류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졸음이 몰려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다 30분 정도 잠이 듭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시내 쪽 식자재 마트로 향합니다. 운동 삼아 걷기도 하고 할인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죠. 우리 동네에는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파는 마트가 두 곳이 있는데 두가게가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오늘은 바나나 두 손(1,500원씩)과 샤인머스켓(8,900원)을 샀는데, 옆 마트가 샤인머스켓을 7,900원에 파는 것을 보니 1,000원을 놓친 아쉬움이 큽니다.

​저녁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딸도 집에 왔네요. 스파게티 면 한 봉지를 다 삶아서 남은 면은 올리브유로 코팅해 냉장실에 넣어 둡니다. 한 봉지로 보통 3번을 먹는데, 오늘은 딸이 있어 삶아둔 면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집에 있던 전복에 마늘, 양파를 넣어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었는데, 모두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업주부로서의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났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방에 들어가고, 나도 글을 쓰며 나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내일은 2시간 정도 걸을 계획입니다. 우리집 주변의

기찻길 숲속 산책길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싶지만, 늘 "내일부터, 내일부터" 하며 미루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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