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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리는 민들레 Feb 08. 2024

34. 자기 것을 감당하는 사람이 되어야

당신과 나의 고통





너 때문이 아니다.


너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것은

자기 것을 전가하려는 행위다.

직장 후배가 실수를 했을 때 화가 난다면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분노가 정당해 보일지라도 본질은 자기 것을 전가시키는 마음이다. 분노는 후배가 어떤 실수를 해서 곤란한 상황이 생겨서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자기가 해야만 할 어떤 일이 번거로와서일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화가 난다면, 표면적으로는 자녀가 무엇을 잘못해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내 바람의 좌절에 대한 분노이다. 선임 병사가 후임병사에게 화가 난다면 표면적으로는 후임병사가 잘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선임병사라는 위치에서 기인되는 내면적 정의에 있다. 위계적 관계에서 아랫사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그 정의가 후임병사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건드려진다.







자기를 위한 것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마음의 본질


우리가 누군가에게 화가 날 때 그가 나를 화나게 했다고 생각하고 그를 수정하고자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직장 선배가 후배에게, 선임 병사가 후임병사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형제가 형제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등등. 그런 마음은 모든 관계에서 일어난다.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의 밑바닥은 상대방을 위한다기보다 자기를 위한 마음이다. 모든 관계가 다 그렇다. 희생적 관계 안에 있는 사람조차도 그 희생이 자신에게 주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희생하는 것이다. 그 행위조차도 자기를 위한 행위이다.







인간은 해파리처럼 가볍지 않다.


누구를 위해서는 사실 자기를 위해서이다.


본질적으로 인간이라는 종은 <누구를 위해서>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자기 것을 감당하며 살아야 한다. 자기 것을 감당한다는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대물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의 역할, 아들인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자기가 했던 일을 물려주지 않는 것이다. 선임 병사가 후임병사에게 자기가 받았던 괴롭힘을 물려주지 않는 것이다.


자기 것을 감당한다는 것은, 내 고통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나에서부터 끊어내는 일이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내 것이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그만하겠다.라는 것이 자기 것을 감당하는 일이다.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집단을 위해 자기를 포기하는 것이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것을 <감당>하는 일이 한 인간이 지고 가야만 할 진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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