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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리는 민들레 Mar 31. 2024

40. 교육,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힘

당신과 나의 고통





기원




내면적 힘의 기원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수학 과학, 그런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고집쟁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부에서 무엇을 지시받아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나의 내면에서 그것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순발력이 없다거나 혹은 고집이 세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해결되지 않은 내면적 질문들이 지금도 많지만 어릴 때는 더 많았다.

물어볼 곳도, 대답해 줄 곳도 없었다.


그때 내게 말을 걸어준 것이 책이다. 네가 궁금한 걸 내가 얘기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아주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킬 수 있었던 <내면적 힘>은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내전 속에 세워진 도서관



오랜 내전 속 세워진 도서관



오랜 시간 내전이 반복되는 분쟁지역의 어느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모든 건물들이 포탄을 맞아 무너져버렸는데 폐허들 속에서 한 청년이 버려진 책들을 그러모아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도서관이 아니라 작고 낡은 공간이지만 청년은 버려진 책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찢어지거나 망가진 책들을 주워서 붙이고 수리하고 먼지를 털어내고 번호를 매겨 책장에 꽂았다. 그 청년이 책을 모으고 수리한다는 걸 알게 된 주민들은 지나다가 버려진 책을 보면 청년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해서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졌고 책을 읽는 청년을 본 사람들은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책을 아끼게 되며 더불어 읽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공습경보가 울리는 곳, 언제 무너지고 불타 없어질지 모르는 곳 아래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책을 모으고 수리했지만 그 책들 역시 언제 잔해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고통스럽고 불안한 전쟁의 연속,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일상조차 허용되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 그들이 그러한 고통을 견디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책이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비극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그것을 바로 희망이라고 부른다는 걸 그들은 알게 되었다.








https://youtu.be/p54dJoR1dfs?si=GMLUh6BSsICA3TuN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힘



비극은 언제나 모순을 동반한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고통스러운 진짜 이유는 비극이 가진 모순성 때문이다. 그 모순에 대해서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가 없는 것은 그것이 모순이기 때문에 그렇다. 삶은 언제나 비극으로서 모순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 앞에 선 인간은 혼란 속에서 고통을 느낀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모순적인 질문들은 비극을 통해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고 사람들은 저마다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고통스러운 답변을 해왔다. 나는 그러한 무수한 기록이 책 속에 담겼다고 생각한다.

무수한 답변을 읽은 사람은 결국 알게 된다. 자신 역시 그 답변을 피할 수 없음을.


자기의 답으로서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되는 사람은 고유해지며 존엄해진다. 한 사람의 존엄성이 깊은 곳에서 생성이 되면 그 누구도 그것을 빼앗을 수 없게 된다. 그 사람이 가진 집, 돈, 옷, 차는 빼앗더라도 내면 깊은 곳에서 발휘되는 존엄성만큼은 어떤 것으로도 빼앗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자기만의 답을 가진 사람의 존엄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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