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에 관하여#28
너는 지금 가장 어둡고 외로운 터널의 입구에 서있겠구나.
주변엔 아무도 없고, 세상에 혼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겠지.
너는 어리석었지만, 그 어리석음으로 인해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몰라.
지금의 내가 그때의 너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미 세상을 등졌을 테니깐.
태어나서 20년 동안 걸어온 길도 가시밭길이었는데, 앞으로도 그 캄캄한 길을
많은 시간 동안 걸어가야 한다고 너에게 말한다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세상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앞날을 알게 된다면,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몇 명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앞으로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밝은 건 아니잖아.
노력한다 해서 모두 보상받을 수 있는 게 삶의 규칙도 아니잖아.
아마 우리는 미래를 모르니깐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넌 앞으로도 수많은 시간을 울고 가슴 아파하게 될 거야.
지금의 나에게 그때의 너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해도, 나는 거절할 거야.
그곳은 지옥이었으니깐.
너는 연애가 가장 힘들었지.
네가 좋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게 다가온 사람들에게,
네 무거운 마음으로 보답하니, 모두 부담스러워 도망갈 수밖에.
언젠간 한겨울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밥솥을 들고 빌라 앞에 서있던
네 모습이 생각나서 너무 안쓰러워지는구나.
너는 항상 진심이었잖아.
시간이 흐르고 살다 보니 사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더라.
조금만 더 버티면 넌 한 가정을 이루게 될 거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될 거야.
그 삶 또한 평탄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너보단 덜 힘들 거야.
그땐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이잖아.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의 너보다 더 성숙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직장을 다니고,
가정일을 하면서,
아이 셋을 돌보며,
우울증 약과 신경안정제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나는.
과연 그때의 너보다 나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