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owning. 익사하다

나의 우울에 관하여#27

by 라미



밑바닥이라고 생각하고 버텼는데,

더 바닥이 있었다.


도대체 이 우울은 밑바닥이 어디일까

한 번씩 길을 잃을 때도 있지만,

조금 굴을 파다 보면 다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하염없이 내려앉는 마음 앞에선,

그저 덜 다치고 싶어 웅크리는 수밖에



쇼팽의 녹턴 15번을 좋아한다.

편안하게 웅크릴 수 있게 해 주기에,

듣고 있다 보면 어둠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해 준다.



언제까지 안고 가야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 이토록 버텨내야 하는 걸까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간

가장 커다란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답을 계속 찾는 이 여정이

너무 부질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다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나의 우울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사계절이 돌아 봄이 되면 꽃이 피듯이,

딱 죽지 않을 만큼 바닥에 내동댕이쳐놓고,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숨을 불어넣는다.



의미 따윈 없으니 찾지 말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 머리와는 다르게 가슴은 그것을 찾는다.

그래서

어떤 의미인데.



내 인생의 수레바퀴 같은 의미부여를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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